"몇 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객석을 가득 채웠던 한국 관객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환호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500편이 넘는 영화 음악을 만든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83ㆍ사진)가 올해 데뷔 50주년을 맞아 해외 순회 공연을 갖는다. 첫 번째 무대로 서울을 선택한 그는 오는 16~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엔니오 모리코네 50주년 내한공연: 시네마 콘서트'를 직접 지휘한다. 이메일로 미리 만난 그는 "사실 50주년 기념 공연을 5월에 유럽에서 시작하고 영국 BBC의 스페셜을 녹화하는 일정을 협의 중이었다. 그런데 로마에서 2시간이면 도달하는 다른 유럽 지역에서는 또 기회가 많이 있겠지만 내 나이에 서울까지 와서 공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기에 서울 공연을 먼저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모리코네가 영화음악가로 처음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것은 1961년 영화 '파시스트'였다.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에서 만든 서부영화)을 대표하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등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영화 '미션' '시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불후의 명작에선 영상 못지 않은 강한 흡인력의 음악을 관객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국내 100인조 모스틀리 오케스트라ㆍ100인조 합창단과 협연하며 소프라노 수잔나 리가치ㆍ피아니스트 질다 부타 등 최상급 연주자들과 함께 환상의 하모니를 들려준다. 특히 이번 공연에선 그 동안 국내 무대에선 선보이지 않았던 '가브리엘의 오보에'와 함께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붙여 편곡한 '넬라 판타지아' 등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이 영화음악이기 전에 음악 자체로서 먼저 존중받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영화음악으로 사용됐더라도 내 작품 중 상당수가 음악 자체로 완결성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그는 "영화 음악의 매력 중 하나는 영화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내 음악을 들어도 나의 이름뿐 아니라 그 영화의 장면까지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장르에 충실한 전문가가 아니라 그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겸손하게 자신을 정의한 83세의 거장은 "음악 작업을 잠깐이라도 멈추게 되면 내 창의적인 불빛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계속 음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