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하지도 몇 일 안 남았으니 본격적인 여름이다. 가만히 있어도 축축 늘어지고 하는 일 없이도 피로가 몰려온다. 40대의 박 씨는 어느날 학교에 갔던 딸이 학교가 끝나기도 전에 축 처진 모습으로 귀가하여 매우 놀랐다. 체육시간에 운동을 하던 중에 갑자기 기운이 쪽 빠지고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워 거의 탈진상태가 되어 나무 그늘에 누워있다가 조퇴를 하고 돌아왔던 것이다.
기운을 좀 차린 뒤 병원에 가서 간단히 체크를 해보니 별다른 이상은 없고 단지 '더위를 먹은 것 같다'고 하므로 영양제 정도나 처방을 받고 돌아왔는데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던지 한의원을 찾아왔다. 여름이면 몸이 쉽게 피로하고 지치게 되므로 일상의 식사와 취침 등 건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몸이 지치면 식욕도 떨어지고 잠도 깊이 자기 어려우므로 휴식을 취해도 기운이 쉬이 돌아오지 않아 점점 더 몸이 지치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쉽다.
보통 한방의 보약이라 하면 한여름을 피하여 봄 가을에 먹는 것이 상식이라고 하지만, 한약 처방 가운데는 한여름에 먹어야 제대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있다. 위와 비장을 강화하여 식욕을 유지시키는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이 대표적이다. 청서익기탕은 한여름에 더위 먹어 사지에 힘이 없고 피로 권태 식욕부진 식은땀과 갈증 같은 여름병(注夏病)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다. 평소 더위에 약한 사람이라면 한여름에 대비하여 먼저 먹어두어도 예방효과가 있다.
창출 황기 승마 인삼 백출 진피 신곡 택사 황백 당귀 갈근 청피 맥문동 감초 오미자 등의 약재를 사용한다. 특히 황백은 이질 황색포도상구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들에 대해 강력한 항균작용이 있어 설사가 나는 것도 막아준다.
맥문동은 인삼 오미자와 함께 다려 생맥산을 만드는 데도 사용된다. 생맥산 역시 대표적인 여름용 처방 가운데 하나다. 더운 것이나 추운 것이나 모두가 지나치면 인체에 부담을 주어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올 여름은 여느 해보다 무더울 거라는 기상청의 예보다. '여름엔 보약을 먹지 않는다'는 속설은 편견이다. 전통 의학에 담긴 지혜를 잘 활용하면 지치고 힘든 여름을 보다 건강하게 넘길 수 있다.
이은주ㆍ대화당한의원장ㆍdaehwad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