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아베, “디플레 타개 2년내 난망” 첫 시인

일본은행(BOJ)이 3일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 취임 후 첫 통화정책회의를 시작하는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2년 내 디플레 탈출’ 목표 달성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2일 중의원에 출석해 “2년 안에 2% 인플레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고 한걸음 후퇴했다.


그는 “경제는 살아있는 것”이라면서 “세계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郎) 부총리 겸 재무상의 입에서도 인플레 목표치 달성과 관련해 비관적인 언급이 나왔다. 그는 지난 1일 중의원에 출석해 “내가 아는 한 어떤 나라도 디플레 타개를 위해 인플레를 유도하는 정책을 쓴 적이 없다”며 “(통화 정책으로) 인플레를 유도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2% 인플레 달성을 위해 뭐든 다할 것이라고 앞서 밝혔던 구로다 총재도 “과다 채무는 비정상적이고 지탱하지 못한다”고 지난달 28일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한 바 있다. 일본에서는 국가 채무에 대한 공개 언급이 금기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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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자에서 아베 총리가 2년 안에 인플레 목표치 2%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실토한 것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도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구로다에게 주어진 시간이 실질적으로 1년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6~12개월 안에 물가 상승을 유도하지 못하면 디플레 타개를 향한 그의 노력이 시장에서 신뢰받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은행 출신인 JP 모건의 도쿄 소재 아다치 마사미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구로다가 최소한 1년 안에 1% 인플레를 유발해야만 한다”며 “그렇지 못하면 아베노믹스가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일본의 근원 물가가 지난달까지 26개월 사이 19번 하락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률이 한해 평균 0.5%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 점을 상기시켰다. 일본의 근원 물가는 마지막으로 판매세가 인상됐던 지난 1997년 이후 한 번도 2% 가량 상승한 적이 없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일본의 근원 물가는 지난달에도 연율 기준 0.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구로다의 전임자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도 일본이 과거 호황 때도 2% 인플레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고 FT는 지적했다. FT는 최근 이뤄진 채권 투자자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9%가 ‘2년 안에 인플레 2% 달성이 어렵다’고 내다봤다고 전했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프레데릭 미시킨 교수는 저널에 “일본이 궁극적으로 2% 인플레를 달성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지난 1997년 절정 때보다 9% 하락한 임금이 조만간 회복되기 어렵기 때문에 2년 내 달성은 어렵다”고 관측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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