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있어 사전 징후나 경고가 없는 위기는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 경제에서 9월은 의미 있는 달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도 그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이 있었던 것도 9월15일이었다. 7·8월 휴가 시즌을 끝내고 시장이 본격 재개되는 9월에 누적된 모순 변수들이 한꺼번에 노출되고 시장 반응도 투매 등 극단적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가게 된 결정적 사건은 7월 초 태국 바트화의 폭락이었다. 선진국에서 장기로 돈을 빌려 태국 등 동남아 지역에 1년 미만의 단기로 빌려주는 '미스매칭'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던 종금사가 직접적 타격을 받았다. 정부는 8월 종금사에 대한 긴급 외화지원에 나섰고 자본자유화 확대 등 증시안정책을 쏟아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달러가 말라버리면서 결국 9월29일 외환시장은 개장 40분 만에 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게 되면서 한국 경제는 급속하게 침몰했다.
리먼 사태 전에도 경고 징후는 뚜렷했다.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에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업체들의 파산이 2007년부터 이어진데다 HSBC 등 대형 은행들의 손실이 구체화하자 거품은 언젠가는 터지고 만다는 것이 시장의 일치된 전망이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먼 사태 불과 보름 전에 정부는 강남 등 일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기 위해 세제 개편, 부동산 대출 억제 등 고강도의 8·31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요즘 또다시 9월 경제 위기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등 이른바 주요2개국(G2)발이다. 막아낼 수단이 마땅하지는 않지만 경제주체들의 일상적 경제활동과 기왕의 4대 구조개혁 작업을 서둘러야 할 때다.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은 각국의 경제 체질에 달려 있다. 시장경제에서 위기극복은 일종의 심리 게임이기도 하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