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생전 '베네수엘라식 사회주의'를 외쳤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후임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물론 좌파 일색의 남미 정치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집권당 후보로 나서는 마두로는 이날 영원한 지도자이자 정치적 멘토였던 차베스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사바네타 옛 집에서 선거 운동을 개시했다.
마두로는 차베스 가족과 정부 인사들과 가진 선거운동 발족식에서 “차베스의 유산과 의지를 완수할 것”이라며 “우리는 차베스가 아버지처럼 우리 안에 있음을 느끼고 있다”고 자신이 차베스가 지명한 후계자임을 강조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마두로는 지난해 12월 차베스가 암 수술을 받으려고 쿠바로 떠나기 전 후계자로 공식 지명됐으며, 차베스 사망을 전후로 정부 전면에 나서며 베네수엘라의 실질적인 권력자로서 이미지를 굳혀 왔다. 전직 버스 기사이자 공공운수 지도자였던 마두로는 차베스 집권 시절 외무장관과 부통령을 맡아 차베스를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차베스가 집권 14년간 유지했던 빈민중심의 사회 복지정책을 계승하겠다며 차베스 지지자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마두로에 맞서는 엔리케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이날 주요 석유생산 지역인 동부 모나가스주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카프릴레스는 전날 밤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대중 집회를 열고 차베스 집권 시절 치솟았던 범죄문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행진 마무리 연설에서 “이 시간에 카라카스 거리를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며 “이것은 미래와 인생을 건 싸움이다. 신은 우리에게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주장했다. 중도주의 성향으로 분류되는 카프릴레스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경제 모델을 베네수엘라가 추구해야 할 발전 모델로 보고 있다. 그는 차베스의 복지 정책도 이어가겠다고 공언하며 차베스 지지자 끌어안기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쿠바와 니카라과를 포함한 중미·카리브 국가에 대한 석유지원과 외국기업 국유화 등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집권 시 중남미 좌파국가들에 경제적 타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대선에서 차베스에 패한 카프릴레스는 차베스 추모 정국을 의식한 듯 대선 캠페인의 초점을 차베스 비난에서 마두로 들춰내기로 선회했다. 차베스 뒤에 숨어 있는 마두로는 범죄와 실업 등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없는 '무능한 지도자'라는 게 카프릴레스의 주장이다.
현재로서는 마두로가 카프릴레스보다 서너 발 앞섰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1일 공표된 인테를라세스의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 마두로는 55%를 얻어 35%에 그친 카프릴레스를 손쉽게 이길 것으로 전망됐다. 또 같은 날 나온 관영 여론조사기관인 GIS XXI의 조사결과에서도 마두로는 55.3%의 지지를 얻어 30.8%에 머문 카프릴레스에 비해 압도적 우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