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중고 휴대전화를 싼 값에 사들여 개조한 뒤 유명 전자회사의 포장에 담아 마치 신제품처럼 속여 중국과 동남아, 러시아 등지에 수출한 일당이 무더기로 적발, 구속됐다.
해당 제품은 정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고 사후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아 자칫 해외 시장에서 국내 유명 브랜드 가치를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나아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강력한 재발방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불법 개조 품 중국 등으로 팔려나가=서울경찰청 외사과는 11일 이동통신업체가 보상판매로 수거한 중고 휴대폰을 사들여 개조한 뒤 유명 휴대폰사의 포장에 담아 수출한 5개 업체를 적발, 이모(46)씨 등 2명을 상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하고 오모(32)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들의 범행을 도운 김모 씨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달아난 정모 씨를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2001년 2월부터 SK텔레콤이 보상판매로 수거한 중고 휴대폰을 대당 1만원에 사들인 뒤 새 케이스로 교체하고 삼성ㆍLG전자 등 유명회사의 포장에 담아 수출한 혐의다. 중국ㆍ방글라데시ㆍ러시아 등에 판매된 휴대폰은 6만1,000여대에 이르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24억원을 넘어선다.
◇보따리장사 등 통한 밀수품도 끊이지 않아=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삼성전자의 경우 보따리장사 등을 통해 중국이나 동남아로 밀수입된 중고 휴대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품 가격이 우리 돈으로 100만원에 이르던 휴대폰 구형 모델 2가지가 밀수입돼 4분의1도 안 되는 가격에 팔려나가는 바람에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정식으로 수출하지 않은 제품이 중국이나 동남아 에 있는 현지 대리점에 수리를 위해 맡겨지는 일이 심심찮게 발생한다”며 “정품이 아니지만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경우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이 있어 손해를 보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련법규 강화로 국산제품 신뢰도 저하 막아야=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관련법에 따라 휴대폰 제조업자가 중고폰이나 재고폰을 재활용하고 판매업자는 폐기물로 수거하도록 하고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처벌이 경미해 실효가 적은 게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법규를 강화하고 휴대폰을 포함한 가전제품을 폐기물관리법상 산업폐기물로 규정하거나 적법한 재활용 절차를 만들어 불법복제나 유통으로 인한 업체의 상표권 침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한진기자 siccu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