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글로벌 금융시장은 ‘헬리콥터 벤’과 ‘슈퍼 마리오’가 각각 경기 부양책과 유럽위기 해법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로 랠리를 이어 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인 2년물 국채금리는 7월 6.64%까지 치솟아(국채값 폭락)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으나 “시장 안정화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나온 직후 급속히 진정세로 돌아서 29일(현지시간) 3.60%까지 하락했다.
뉴욕 증시 역시 같은 기간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12일 1만2,573.12까지 밀렸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날 1만3,107.28에 마감했다. 버냉키 총재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등을 통해 3차 양적완화(QE3)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보낸 덕분이다.
하지만 막상 통화정책 발표일이 임박해 오면서 기대심리는 불안감으로 바뀌고 있다. 시장이 원하는 강력한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주식ㆍ채권 시장에 일제히 빨간불이 켜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 리스크가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일단 QE3 시행에 대한 기대감은 서서히 옅어지는 모양새다. 적어도 31일 미국 아이오와주(州)에서 열리는 잭슨홀 미팅에서 버냉키 총재가 QE3를 언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부양책을 꺼내 들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20개 대도시의 6월 집값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름세로 반전했고, 7월 소비 지출 역시 전달 대비 0.4% 늘어 5개월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FRB도 이날 내놓은 경제동향보고서 ‘베이지북’을 통해 “미국 경제가 점진적인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지북은 내달 12~13일 열리는 FOMC의 핵심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버냉키 총재가 이번에도 QE3 시행 가능성을 열어 두는 수준에서 시장을 관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채권왕’으로 통하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실업률이 여전히 8%를 상회하고 있다”며 “QE3 실행은 시간 문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내달 6일 통화정책회의를 여는 드라기 총재의 행보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는 이날 독일 주간지 디자이트 기고를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안정을 위해 예외적인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밝혀 국채 매입 프로그램 재개할 의지가 있음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천명했다. 이는 국채 매입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는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ECB의 수장이‘장외 투쟁’을 벌여야 할 정도로 내부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HSBC의 로버트 린치 연구원은 AP통신에 “편지 한 장으로 독일의 반대를 달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현재로서는 국채 매입 실행 여부와 규모, 방법 등 모든 점이 불확실한 셈이다.
불안감이 점차 고조되면서 고위험 시장에서 발을 빼 피신에 나서는 투자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자산운용업체 핌코는 포트폴리오에서 고수익 정크등급 회사채의 비중을 통상 12% 수준에서 최근 8%로 끌어 내렸고 블랙록 역시 정크등급 회사채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를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단기투자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역시 ‘소나기는 피하자’는 전략을 쓰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에 따르면 미국의 10대 MMF들은 올해 전체 투자자금의 3분의1을 미 국채 관련 상품에 집어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피치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