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자리는 사양합니다
미국 기업에서 CEO의 책임은 크게 늘어난 반면 대접은 예전보다 못해지자 아예 CEO에 대한 꿈을 접는 임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USA투데이가 홍보회사인 버슨-마스텔러와 공동으로 포천 1,000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위임원 가운데 60%는 CEO로 승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이는 지난 2001년 조사에서 27%의 임원이 CEO가 되기 싫다고 답한 것과 비교할 때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임원들이 CEO 승진을 꺼리는 이유로 CEO의 책임과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경영자교육기관인 로열티팩터의 다이안 더킨 사장은 “CEO로서의 부담과 다툼, 업무량 등이 예전보다 크게 늘면서 CEO 자리는 이제 ‘고위험’ 직종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면서 CEO의 책임은 크게 강화되고 있지만 이들이 손에 쥐는 보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엔론 회계부정사건 이후 ‘사베인-옥슬리법’이 제정되면서 CEO의 재무제표 인증을 의무화함에 따라 만약 회계부정 등이 발각되면 CEO는 감옥으로 직행해야 한다.
이는 과거 CEO들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다른 임원에게 일정업무를 위임하고 자신은 기업의 큰 틀을 짜던 구조에서 벗어나 이제 거의 모든 업무를 일일이 챙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대기업 CEO들에게 새로이 부여된 스톡옵션의 규모는 지난 2001년에서 2003년 사이 60%나 줄어들었다.
또 기업 CEO들의 해고가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점도 임원들이 CEO가 되기를 꺼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올들어 9월까지 포천 1,000대기업 중 60개 기업의 CEO가 교체됐고, 지난해도 60명의 CEO가 자리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