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일 TV토론에서도 경제에 관한 한 자신은 현실주의자임을 드러내 보였다.
노 대통령은 재벌들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는 경제가 안좋다고 해서 늦추는 일이 없을 것이지만 보통의 기업들이 감당할 수 있는 선으로 제한했다. 또 `경제는 반드시 다시 살아난다. 그것이 법칙`이라며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이면에서는 경기대응을 위해 그로기 상태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한 부양책을 준비하는 신중함도 이번 토론을 통해 드러냈다.
◇부당내부거래 늦춘다는 말 한적 없다 = 노 대통령은 경기가 나빠져서 (기업들에 대한)세무조사나 부당내부거래를 늦춘다는 얘기가 있다는 패널의 질문에 대해 “부당내부거래를 늦춘다고 말한 적이 없고 경제부처 장관들도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부분의 경우 전체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서 계획대로 갈 것이고 가다가 불거지는 것은 철저히 한다”며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언제든 메스를 가할 것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경기 때문에 (재벌들에 대한)법적용 원칙을 연기하거나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비롯한 재벌 개혁의 범위와 강도는 “보통의 기업들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선을 그었다.
◇경기부양은 지난달부터 준비 = 노 대통령은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한 것은 한국 경제가 다시 살아날 토대가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일간지와 인터뷰를 했을 당시인 지난달 14일 그런 말을 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실제 그 당시에도 경기부양책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말해 정부가 금리인하, 추경카드를 준비하고 있었음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금리인하등 경기처방은 철저하게 경제관료에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여러 차례 대통령이 인기를 위해 관리한 경기부양책은 모두 실패로 끝났다”는 게 이에 대한 변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물, 에너지, 환경, 고령화등 장기적인 준비와 비전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경제정책 조정 잘 되고 있다 = 법인세 인하나 재벌 개혁등을 놓고 정부 부처간 불협화음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일부 수긍하면서도 조정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실제로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큼 부처간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나 서 있는 자리에 따라 조금씩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게 노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는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가 부처간 이견을 잘 조정하고 있으며 잘 되고 있다”며 “지켜봐달라”고 주문했다.
◇신행정수도 이전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 =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를 제1조건으로 내세웠다.
신행정수도 후보지를 올해안에 선정하겠다던 공약과는 달리 내년 하반기에 선정키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은 “빨리 끝내라는 데 국가적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준비하고 검토해야 하며 국민 설득 과정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북핵문제 해결에 최선 = 우리 경제에 엄청난 압박을 주고 있는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노련함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베이징 3자회담에서 한국이 제외된 데 대해 “3자 회담이 참석하면 주도가 되고, 참석하지 않으면 주도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참여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의 뜻이 관철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면담에 대해서도 “중국이 판을 깔아 3자회담이 진행되는 중에 만나면 판을 깰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판이 깨질 경우에는 직접 만나겠다”고 밝혀 북핵문제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