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차원에서 장외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운동본부'를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해 자신이 본부장을 맡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기로 하고 소속 의원 전원에게 대기령을 내리며 당을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김 대표는 "국정원 국정조사를 정상 가동하기 위해 참을 만큼 참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진실규명과 국정원 개혁에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돼 더는 참을 수 없게 됐다"며 "국민과 함께 나서고 수천, 수만의 진실의 촛불이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외투쟁에 신중한 입장이던 김 대표가 여의도를 뒤로하고 장외로 본격 나서기로 결정한 것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총에서 장외투쟁을 요구하는 강경파 의원들의 발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박영선 의원은 "모두 촛불에 합류해야 한다"고 역설했고 우상호 의원은 "국정조사가 지지부진한 데 왜 이리 순둥이처럼 대응하느냐고 울분을 토하는 당원들이 많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김현미 의원은 "내일부터 시청 앞에 비상당사를 꾸려야 한다"고 촉구했고 최민희 의원은 최근 촛불집회에 대한 외신 보도를 소개하며 "미국 CNBC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할 수 있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도 여전히 경제가 매우 어려운 현실에서 장외투쟁이 과연 국민적 호응을 통해 동력을 얻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김 대표가 이날 원내외 병행 투쟁을 강조하며 여당과 국정원 국조 정상화를 위해 협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설명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는 이날 국정원 국조 증인채택을 놓고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김현ㆍ진선미 민주당 의원 등 현역의원은 배제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증인채택에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하며 접점을 찾아갔다. 하지만 민주당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으면 동행명령서를 발부하고 고발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보장해줄 것을 요구하고 새누리당이 정당한 이유 에 대한 확인도 없이 무조건 동행명령을 약속하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고 반대해 협상이 결렬됐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장외투쟁 본격 돌입에 대해서는 정치 공방과 가급적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면서 '민생'에 주력할 방침이다.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정면 대응은 가급적 피할 생각"이라며 "민주당이 계파 간 갈등을 봉합하는 차원에서 장외투쟁에 나선 것 같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