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 하늘이 사람들을 유혹하고도 남을만하다.엷은 깃털구름과 빗살구름이 청옥색 비단위에 수 놓은 듯한 그 아름다움과 시원함! 이것 또한 우리나라만의 축복받은 가을의 독특한 정취가 아닌가. 그럼에도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높푸른 가을 하늘을 즐길 겨를이 없다.
어설픈 위정자들이 나라살림을 잘못 꾸려 1,000만에 가까운 국민들에게, 아니 대부분의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말았다. 물질적 여유는 물론 심리적 여백마저 몽땅 뺏어가 버리고 말았다. 작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발생이래 국민들은 온통 고통과 실의에 빠져 살고 잇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우리 국민들에게 내일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심어 줄 수 는 없을까.
요즘 국회의원들은 때마침 맞은 국정감사 임무 때문에 눈코 뜰새가 없다. 지난 봄과 여름에 본의 아니게 게으름을 피웠으니 너무 바빠도 할 말이 없다. 밤 12시가 넘어서 꼭두 새벽에 귀가한 것만도 나흘째….
나라를 위한 국정감사이기에 온몸이 아무리 축 늘어져도 피곤하다고 내놓고 말할 수도 없다. 지지와 찬사는 커녕 불쌍하리만큼 지탄과 비난만 받아온지도 너무나 오래됐다. 퇴출대상 1호가 국회의원이란 말도 잘 듣고 있다.
그러나 국정감사 현장을 제대로 백지같은 마음으로 지켜본다면 국회의원들이 그래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국회는 생각을 달리하여 여당과 야당이 있고 여당도 공동정권이라 두 개로 나눠진다. 그러다보니 입장과 견해의 차이로 입씨름도 하고 멱살잡이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국정감사를 하는 사람은 몇 명 되지않는다. 나머지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소리없이 열심히 문제점도 따지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은 으례 국회의원 대부분이 부질없는 정쟁 때문에 입씨름을 하는가하면 멱살잡이를 한다고 비판한다. 상대 정당을 터무니없이 세도(稅盜)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정당과 국회의원이 어디에 있겠는가. 국회는 항상 여야라는 상대방이 있어 쌍방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좋은 상대방을 만나면 국정심의의 효율성이 그만큼 상승 작용을 할 것이다. 여야 상호간의 건전한 파트너쉽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
이번 정기국회가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호혜호양(互惠互讓)의 정신으로 여야 모두가 하루빨리 양심과 양식의 잣대위에서 정치를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