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제약속 불구 더 늘어/“거절 힘든형편” 속앓이만/작년 경제5단체 1백20사중 31% 연4회 협찬경기침체로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 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각종 행사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지자제 실시 이후 각 지자체들이 각종 행사를 개최하면서 행사예산의 상당부분을 기업협찬으로 충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오는 5월3일부터 18일까지 1백억원을 들여 「고양 세계 꽃박람회」를 개최키로 하고 현대·삼성 등 대기업들에게 많게는 10억원 이상씩 협찬해 주도록 요청했다.
부산시도 오는 5월10일 3백50억원 규모의 제2회 동아시아대회와 10월 24억5천만원 규모의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각각 개최하면서 예산중 상당부분에 대해 기업협찬을 요청하고 있다.
이밖에 광주시도 제2회광주비엔날레(80억원)를, 경북도는 내년9월에 98경주문화엑스포(2백20억원), 대구시는 대구세계박람회(1백억원), 강원도는 오는 99년 「99국제관광엑스포」(4백억원)를 각각 개최키로 하고 주요 그룹들에 협찬공문을 보내놓은 상태다. 이같은 대규모 행사외에도 울산시의 경우 매년 10월 열리는 처용문화제 행사때 해당지역 기업들이 협찬요청을 받는 등 각 지자체들이 크고 작은 행사때마다 기업들에게 협찬요청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지자체의 협찬요청이 쇄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기업들은 올들어 경기불황으로 협찬관련 예산을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여놓은 상태여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그룹의 관계자는 『어려운 경영여건을 들어 협찬요청을 거절하기도 하지만 해당지역에 사업장이 있는 기업의 입장에서 일일이 거절하기도 힘든 형편』이라며 『정부의 거듭된 협찬자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협찬요청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30억원의 각종 협찬금을 지출했던 삼성그룹은 올해 예산을 15억원으로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시의 꽃박람회 등 벌써 5건의 협찬요청을 받고 있으며 현대·LG·대우 등 나머지 그룹들도 협찬요청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통상산업부가 전경련 등 경제5단체의 1백2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의 31% 이상이 연간 4회이상 협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민병호·정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