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밀어닥친 추위가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었음을 느끼게 한다. 오늘 서울의 온도는 영하 8도5분이라는데 바람으로 인한 체감온도는 영하 15도쯤 된다고 뉴스는 전하고 있다.두터운 코트로 몸을 감싸고도 추위을 타는 행인들을 바라보면서 문득 몇달전에 다녀온 몽골이 생각난다. 겨울에는 매서운 바람이 씽씽거리고 영하 40도까지 내려간다는 대평원의 나라이다.
지난해 몽골을 방문하였을때 그나라 중앙은행 총재가 시장경제와 금융업무에 관한 연수를 요청하기에 협조하기로 하였다. 다만 연수를 하되 우리 한일은행 직원들을 그곳으로 파견하여 연수를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기왕이면 우리직원들의 연수도 겸하고 싶은 마음때문이었다.
그래서 우리직원 10명을 몽골에 파견했다. 몽골중앙은행 직원 5명과 수출입은행 5명등을 포함한 20명 연수단의 워크숍 장소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트럭으로 26시간이 걸리는 내륙 고비사막의 한가운데인 「만달고비」.
여직원도 포함돼 있었던 합동연수단에 닥친 장애는 생각보다 훨씬 컸다. 이동 도중 펑크가 세번 발생, 노숙을 해야했다. 몽골의 전통 천막인 겔(학생시절 빠오라고 배웠다)을 치며 고락을 함께 나눈 양국의 젊은이 20명은 휴가도 함께 가겠다고 나설 만큼 친숙해졌다. 끝없이 펼쳐지는 몽골 대초원에서 길을 잃어 별을 바라보고 방향을 찾고 사막 가운데서 노숙했다는 직원들의 출장보고서는 그동안 우리 직원들이 해왔던 해외연수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몽골 대초원에서의 소중한 경험은 이듬해 중국 인민은행 및 상공은행과의 현지 합동연수와 올해 베트남 현지연수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돌이켜보면 우리나라도 불과 30여년전 각종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에 연수생을 보내려고 구걸하다시피 교섭했던 기억이 있다.
이제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이룩하고, OECD에 가입하게되었으며, 우리보다 개발이 늦은 나라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가르쳐 줄 수 있게 되었음에 가슴 뿌듯함을 느끼게 한다. 한때 세계를 재패했던 칭기즈칸의 나라, 국토면적이 1백56만6천5백㎢로 우리 한반도의 7배이면서 인구는 2백50만이며 이중의 대부분이 아직도 유목민인 이 내륙국의 끝없는 초원에도 경제개발의 의욕이 넘치고 있다. 우리를 배우고 뒤쫓아 오려는 깊은 관심과 노력을 보이고 있다.
30여년전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되삭이며 보다 밝은 21세기를 맞기위하여 분발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