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반도 종주해야 할 WCC평화열차

세계교회협의회(WCC) 평화열차의 한반도 종주를 두고 남북 간에 미묘한 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WCC 평화열차는 오는 30일 부산에서 열릴 제10회 WC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7일 독일 베를린을 출발한 열차다. 이 열차에는 15개국에서 모인 131명의 교역자들이 타고 있다. WCC 측은 사전에 남북한 당국에 열차 통과를 허용해달라고 청원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구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진보적 성향의 WCC를 경원시하는 보수 개신교단이 평화열차는 물론 부산 총회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 통과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21일 평화열차가 중국 베이징에 입성했다. 이틀 뒤면 북한 신의주 접경인 중국 단둥시에 다다른다. 만약 북한이 열차 통과를 허용할 경우 주중에는 끊겨진 경의선에 이를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평양에서 '조선그리스도연맹'과 공동으로 집회를 가진 평화열차가 '남측의 통과 거부'로 들어오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질 경우 북측의 선전에 악용될 수도 있다. 물론 북한이 평화열차를 거부한다면 단둥시에서 선박에 실린 채 인천으로 들어오겠지만 북한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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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공은 우리 측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 사안에 보다 능동적인 자세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평화통일의 염원을 안고 평화열차가 달려온 길은 박근혜 대통령이 며칠 전 유라시아 콘퍼런스에서 제의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가운데 철도 활용 구상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WCC에 가입한 곳도 전체 개신교단의 절반을 넘는다.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이유가 없다.

북측이 이 열차를 거부한다면 모르되 받아들인 상태에서 우리가 거부하는 경우라면 자칫 명분과 실리를 둘 다 놓칠 수도 있다. 유럽과 우랄산맥ㆍ시베리아를 달려온 평화열차가 한반도를 종주해 부산까지 도달하면 그 자체로서 막혔던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지도 모른다. 평화열차를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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