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다. 다들 직장 동료,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시끌벅적하게 한 해를 돌아보기도 하고 한적한 카페에 앉아 조용히 반성과 계획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이맘때쯤이면 한 해를 정리하며 각종 보고서 준비에 한창이다.
최근에는 많은 국내 기업들이 매년 재무적 성과를 담은 사업보고서를 내는 동시에 지속가능성 보고서나 사회책임 보고서와 같은 이름으로 비재무적 보고서도 같이 내놓고 있다우리 기업에도 지속가능성 보고서 발간이 당연시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최근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관련해 몇 가지 변화가 있다. 그중 하나가 대부분 국내 기업이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국제기구(GRI)의 지침 개정이다.
새롭게 발표된 제4세대 지침에 따르면 기업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작성할 때 그 범위를 공급망으로 확장해야 한다. 단순히 협력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고 연구개발을 지원했다는 식의 상생경영 보고를 넘어 공급망 전체에 걸쳐 있는 조직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노동·인권·환경과 같은 사회적 책임 이슈가 실질적인 기업 의사결정과 운영 과정에 어떻게 통합돼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 관리체계를 명확하게 보고하게끔 하는 점도 눈에 띈다. 글로만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지 말고 실제로 노동과 인권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운영을 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만들라는 의미다.
올해 보고서 작성을 준비하는 우리 기업들도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죽은 문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기업의 행동으로 연결돼야 함을 강조하는 GRI의 권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글로 표현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기업만이 앞으로 더욱 거세질 사회적 책임 관련 규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더 가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