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객선 침몰 대참사] 환자·유가족 모두 배려해야하는데…

구조 학생 병원에 숨진 학생도 안치… 심리적 동요 우려

침몰 세월호에서 수습된 시신들이 고려대 안산병원에 속속 안치되면서 이미 입원해 있던 세월호 생존자들의 불안이 다시 가중되고 있어 별도의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만 침몰 세월호에서 수습된 단원고 학생 4명의 시신이 추가로 안치돼 현재 6구의 시신이 안치돼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장례식장은 6인실이지만 시신 안치는 총 12구까지 가능해 앞으로 6구가 추가로 안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병원 본관 병동에는 침몰 직전에 구조된 학생 74명 등 생존자 82명이 함께 입원해 있다. 장례식장은 생존 학생들이 입원한 본관 병동과 300~400m 떨어져 있지만 생존 학생들이 친구의 시신이 속속 들어오는 것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생존 학생들의 충격과 심리적인 동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병원에서는 입원 중인 생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장례식장 출입을 자제시키고 있지만 학생들은 죄책감 등으로 장례식장으로 눈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 전문가는 "장례식장의 분위기가 본관 병동에서도 느껴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생존 학생들의 죄책감이나 불안감이 더 커져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병원 측은 병원관리 인력을 동원해 본관과 장례식장을 통하는 동선을 엄격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의 한 관계자는 "생존 학생들의 경우 친구와 선생님들의 빈소에 가고 싶어 하나 장기적으로 또 다른 트라우마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안정과 건강을 고려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장례식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병원관리 인력 등을 동원해 장례식장으로 통하는 동선을 최대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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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은 안산 단원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46)씨는 "생존 학생과 사망 학생이 같은 병원 내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생존자 가족과 유가족 모두를 배려하는 정부의 노력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현재로서는 유족들이 연고지 관계로 가까운 안산병원 장례식장을 원하고 있어 분산 배치할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차상훈 고려대 안산병원장은 "다른 장례식장과 영안실에 최대한 분산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고 말해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편 이날 안산 단원고 학생 11명의 발인이 고려대 안산병원과 한도병원·단원병원 등 5개 병원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23일부터는 희생자를 위로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안산으로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교육청 대책본부는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해 안산 올림픽체육관에 임시 분향소를 설치, 23일 오전9시부터 분향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명 경기도교육청 대변인 직무대행은 "일정 규모 이상 장례가 진행될 경우 유족들이 요구하는 장소에 분향소를 확대 설치할 계획"이라며 "현재 유족들이 안산 화랑유원지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하는 것을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황정은 경기도 대변인은 "경기도 입장은 분향소의 경우에는 날씨에 따른 훼손이나 분향소다운 경건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실내에서 경건한 마음으로 합동 분향소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밝혀 화랑유원지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경기도합동대책본부 내의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안산시 간의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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