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불구 갈길 멀어『기업구조조정의 효과는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은 멀다.』
한국은행이 17일 발표한 「99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혹독한 구조조정 결과, 부채비율의 획기적 감축 등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이에따라 영업이익이 적자에서 흑자로 반전되는 등 체질이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여전히 차입금 규모는 커 1,000원어치를 팔았을때 54원어치를 금융비용으로 지불하고 17원의 이익만 내 내실없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구조 크게 개선됐다= 일단 정부의 주문대로 대부분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200%대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제조업의 부채비율은 214.7%로서 지난 68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대우계열사를 제외할 경우 190.9%로 나타났다.
이같이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은 지난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앞다투어 유상증자에 나선데다 투자유가증권에서 막대한 평가이익이 나고 자산재평가 등으로 자기자본을 많이 늘였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한해전인 98년에 비해 부채비율이 88.3% 포인트가 낮아졌다. 자기자본 증가가 부채비율을 89.1% 포인트 축소하는 요인이 됐다. 차입금과 회사채 상환으로도 14.0% 포인트가 떨어졌으나 외상매입금 등의 비이자부 부채가 증가하면서 14.8% 포인트의 상승요인이 생겼다.
이에따라 차입금 의존도(차입금+회사채/총자본)는 99년말 42.8%로 전년말에 비해 8% 포인트나 낮아지긴 했지만 아직 80년대 평균에 비해 크게 떨어진 상태는 아니다. 매출액 대비 차입금 비율은 52.9%로 98년의 62.7% 보다는 낮아졌으나 80년대 평균 39.7%보다는 높다.
자산면에서도 유동자산(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유동부채(1년 이내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이 98년말의 89.8%에서 99년에 92.0%로 상승해 단기부채 상환능력도 많이 좋아졌다.
◇1000원 매출에 이익은 17원, 이자비용은 54원= 이같이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에 비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률은 현저히 낮아 수익성 증대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가장 큰 원인은 재무구조가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제조업의 차입금 규모가 245조6,000억원으로 여전히 커다는데 있다.
이에따라 우리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1,000원어치를 팔아 금융비용등을 제외할 경우 17원의 이익을 거둬들였다. 단순한 영업이익률은 66원이지만 이중 이자비용(순금융비용·54원) 등 영업외 비용을 49원을 제외할 경우 내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경우 경상이익률이 8.1%, 일본의 경우 2.3%, 대만의 경우 5.1%인 것에 비하면 우리기업들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영업외부문에서 우리와는 달리 차입금 규모가 적은 탓으로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이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한은은 특히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이 원자재가격 하락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98년 6.1%에서 99년 6.6%로 소폭 증가하는데 그쳐 기업들의 수익성확대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정정호(鄭政鎬)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기업들의 경상이익률이 97, 98년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내용면 이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앞으로는 차입금의 절대규모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수익성 높고 전망 밝다= 벤처·정보통신 열풍에 대한 거품논쟁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업은 다른 업종분야에 비해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수익성높고 전망이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경상이익률이 7.8%로 전체 제조업 평균보다 무려 6.1%포인트 높다. 이에따라 정보통신산업은 제조업 전체의 경상이익률을 0.5% 포인트를 끌어올렸다.
주목을 받는 업종인 만큼 투자도 많이 이뤄졌으며, 이에따라 정보통신업의 재무건전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채비율은 98년 267.5%에서 절반에 가까운 135.6%로 줄었으며 차입금 의존도도 47%에서 32.9%로 줄었다. 이에따라 정보통신산업은 전체 제조업의 부채비율을 52.2%포인트 개선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매출액 증가율은 17.4%로 높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사무계산, 회계용기계, 영상음향장비, 전기통신업, 정보처리업, 광고업, 영화방송 및 공연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60%대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종훈기자 JHOHN@SED.CO.KR
온종훈기자JHOHN@SED.CO.KR
입력시간 2000/05/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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