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 사상 초유인 헌법재판소의 현직 대통령에대한 탄핵심판 기각이 14일로 1년을 맞이한다.
작년 3월12일 국회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한 이후 헌재의 기각결정까지 두달여 간은 4ㆍ15총선 후 여당의 과반의석 확보 등 정치권의 지각변동 못지 않게 대통령 탄핵심판을 놓고 법리적 공방도 치열했다.
"노 대통령의 일부 실정법 위반은 인정되지만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할 만한 중대사유는 못된다"는 헌재의 결정을 도출한 주역인 노 대통령과 국회 소추위원측 대리인단은 일상생활로 복귀했지만 결정 이후 행보는 많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에 포함됐던 변호사들은 상당수 정부의 요직에 진출한 반면 소추위원측 변호사들은 금배지 수성에 성공한 김기춘 의원을 제외하면 특별한 주목을받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대리인 중에서는 한승헌 변호사가 현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참여정부의 핵심사업중 하나인 사법제도 개혁의 최일선에서 뛰고있으며 하경철 변호사는 지난달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의제5대 위원장에 선출됐다.
또 대법관 출신의 이용훈 변호사는 작년 10월 일찌감치 정부공직자윤리위원장으로 발탁됐으며 해외 여행 도중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듣고 급거 귀국했던 문재인 변호사는 올 1월 민정수석에 복귀해 지근거리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
법무법인 김&장을 그만두고 해외체류중이던 대통령의 사시 17회 동기 이종왕 변호사는 탄핵심판이 끝난 후 삼성의 사장급 법률고문으로 갔고 양삼승 변호사는 탄핵심판 때의 인연으로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위헌심판의 대리인으로도 활동했다.
그러나 대통령 탄핵심판의 창(槍) 역할을 맡았던 국회 소추위원측에서는 김기춘의원이 작년 4ㆍ15 총선에서 어렵게 금배지를 지켜낸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두각을나타낸 인물이 없는 실정이다.
탄핵안 가결 당시 의원 신분이었던 김용균 변호사는 헌재의 탄핵기각 3일 후인작년 5월17일 한나라당의 경남지사 경선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다.
또 17대 총선 출마에 나설 욕심을 보이기도 했던 하광룡, 박준선 변호사도 당분간 여의도행 꿈을 접고 변호사 생활로 돌아와 재기의 기회를 꿈꾸고 있다.
한편 헌재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통해 헌법수호의 보루자로서 위상을 공고히 했지만 탄핵기각 1주년과는 무관하게 본연의 역할만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다만 헌재는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을 거치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탄핵심판은 물론 정당해산 심판 등 미처 준비하지 못한 유형의 사건에 대한 종합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1년째 헌재심판 규칙 등을 마련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가 탄핵심판을 통해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우리의 역할만 수행했을 뿐이다. 내부적으로 기념할 일도, 외부적으로 알릴만한 사안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헌재에서는 당시 재판관 신분으로 탄핵심판에 참여했던 보수 성향의 김영일 재판관이 올 3월 퇴임하고 그 자리에는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를 무난히 뒷받침했던 이공현 법원 행정처 차장이 들어갔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