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단색화 열풍… 올 미술 경매 '온기'

서울옥션 낙찰총액 418억 기록… K옥션은 작년보다 61%나 늘어

해외시장 호황·온라인 활성화에 장기 불황 딛고 상승세로 돌아서


미술시장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술품 경매회사들이 올해 경매를 마무리한 지난 20일 연간 낙찰총액을 집계한 결과 국내 최대이자 코스닥상장사인 서울옥션은 지난해 393억원(홍콩 경매 포함)에서 25억원 늘어난 418억원을 기록했다. K옥션은 지난해 188억원에서 올해 303억원으로, 61%나 커졌다.

국내 미술시장은 2006~2007년 최대 호황기를 맞았으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비자금 사건에 미술품이 연루되는 등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미술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돼 글로벌아트마켓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올해는 숨통이 트이고 피가 돌기 시작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요 요인으로 △세계적 단색화 열풍 △고미술에 대한 관심 증가 △해외미술시장 호황 여파 △국내미술시장 바닥 확인 △온라인 미술시장의 신규고객 창출 등을 꼽았다.


단색화란 1960~1970년대에 시작된 단색조의 추상회화를 가리키는 것으로, 이우환과 정상화·정창섭·박서보·하종현·윤형근 등이 대표작가다. 단색화 열풍을 확인해 주듯 이번 달 열린 경매에서 K옥션이 내놓은 단색화 22점이 완판됐다. 서울옥션도 출품작 12점이 모두 낙찰됐고 이 중 9점은 해외컬렉터에게 팔렸다. 단색화 붐은 해외에서 먼저 일었는데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에 마련된 국제갤러리 부스에서는 전시된 단색화가 '매진'을 기록했고 뒤이어 국내에서도 다양한 단색화 전시가 기획됐다. 한국문화원은 중국·독일 등지에서 단색화 순회전을 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단색화는 미술사적 가치에 비해 가격이 저평가됐기에 국내외 컬렉터들의 관심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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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에 대한 관심 상승도 미술시장을 견인했다. 고미술전문 경매회사인 마이아트옥션의 경우 낙찰총액이 지난해 29억원에서 올해 83억원으로, 2.8배의 상승을 기록했다. 고미술품 역시 가치에 비해 가격이 낮은 수준인데 최근 들어 수요층의 관심이 증가했고 경매회사들은 국가지정 문화재까지 경매에 올리며 시장을 달궜다.

좁은 수요층을 극복하고자 마련된 온라인경매 활성화도 시장 회복에 한몫했다. K옥션은 올해 온라인 경매를 7회나 실시해 지난해 10억원 수준 매출을 28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서울옥션도 신임 이옥경 부회장 취임 이후 온라인 경매를 '이비드 나우'로 재정비해 2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내년부터는 매달 진행할 계획이다.

최윤석 서울옥션 이사는 "충분한 조정을 거치면서 투기성 열풍이 아닌 작품의 옥석을 가릴 줄 아는 시장성숙의 분위기가 확산됐다"며 "수요층 자체가 증가하고 연령대도 낮아져 완연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술시장연구소를 이끄는 서진수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색화 열풍은 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화랑과 경매회사, 정부의 다각적 노력이 실효를 거둔 것"이라며 "메이저 경매의 회당 낙찰총액이 40억원을 넘어 70억~80억원 수준이 됐다는 게 안정세를 말해준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워낙 작고 해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전 K옥션 대표인 김순응 김순응아트컴퍼니 대표는 "우리 미술시장은 서양에 종속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큰데, 실제로 단색화 열풍도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자 국내에서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임을 지적하며 "물론 외국에서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 많은 상황이라 내년에도 호조세는 지속될 테지만 우리 것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는 자체적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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