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내실이 우선이다

경기회복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속도조절이 필요해져가고 있지만 한편으로 실업 해소와 중산층 복원을 위해서는 확대정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구조조정을 가속하면서 내실을 다져야 하고 경기도 부양해야하는 대립적 상황에서 딱 부러지게 어느 한 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안정과 성장은 어느 한 쪽도 놓칠 수 없고 놓치고 싶지 않은 과제이지만 두 관계 사이는 충돌이 불가피하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자칫하다가는 모두 놓치고 쌓아올린 것마저 무위로 돌리기 십상이다. 정책은 선택이라고 했다. 어차피 균형을 이루기 어렵고 두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는 것이라면 내실을 다지는 쪽에 분명히 무게를 두고 추진해야 한다. 경기는 어는정도 궤도를 타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오히려 거품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성장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물가 불안이나 흑자기조의 와해로 이어지는 사태를 걱정해야 할 판세다. 이 상황에서 특히 우려되는 현상은 긴장감의 해이와 개혁에 대한 이완심리의 팽배다. 올해 하반기의 최대 정책과제는 무엇보다 구조조정의 마무리다. 개혁 초기에는 경기를 띄우면서 구조조정을 해야했으나 이제는 추가적인 경기확대책을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에 와있다. 경기 양극화 현상을 차단하고 고루 퍼지게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 더구나 벌써부터 내년 총선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경제가 정치일정에 휩쓸리지 않게 차단막을 쳐야할 때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재벌빅딜을 비롯한 구조조정이 정치바람을 타고 지지부진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재계도 속셈으로는 그 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이나 부채상환 보다는 사업확장에 더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분석도 없지않다. 이럴때 일수록 정부는 구조조정 의지를 더욱 다지고 실천해야 한다. 말로 떠들고 큰소리로 엄포만 놓는다고 되지 않는다. 조용한 가운데 강력하게 실천에 옮겨가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자화자찬만 할 것이 아니라 사실을 사실대로 말할 수 있는 용기도 가져야 한다. 때로는 엄살을 떨 필요도 있을 것이다. 그보다 더한 고통도 인내했는데 반년 고통을 참아내지 못할 것도 없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서고 저비용 고효율의 내실 성장이 보장된다면 좀더 기다릴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