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C 보험산업] '혼자서는 못산다' 제휴마케팅 열풍

손해보험업계에 은행 제휴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제휴는 손보사가 고객과 지점을 많이 확보하고 있는 거대은행을 파트너로 잡아 공동 상품을 내놓는 「전략적 마케팅」으로 나타나고 있다.전문가들은 그러나 보험사와 은행간의 이같은 제휴가 금융빅뱅의 서막일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에는 보험사가 은행을, 은행이 보험사를 각각 거느리고,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고, 보험사가 예금상품을 취급하는 「영역없는 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특히 정부가 핵심업무를 제외한 금융업종간의 장벽을 터줌으로써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어 올연말께 이같은 방안이 구체화된다면 대규모 합종연횡의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고객을 잡아라= 일부 대형 보험사들은 오래전부터 은행을 인수하거나 자회사로 설립해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기를 꿈꿔왔다. 은행지분 보유한도(현재 8%)만 풀린다면 곧바로 은행을 인수해 보험과 예금상품을 한꺼번에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공간」을 구성하겠다는 발상.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방카슈랑스나 지주회사 개념이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상륙, 「금융 백화점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란 은행(BANK)과 보험(INSURANCE)을 합친 말로,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 국내 보험-은행 제휴는 아직까지는 본격적 방카슈랑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팔지 못하므로 은행이 보험 공짜가입을 미끼로 예금고객을 끌어모으는 수준. 그러나 보험사 입장에서는 은행 덕분에 모처럼 「앉아서 장사」를 하게 됐다. ◇금융빅뱅의 전주곡= 최근 삼성화재와 조흥은행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물가연동형 상품」을 공동개발키로 하면서 본격적인 방카슈랑스 시대가 막을 올릴 전망이다. 이 상품은 물가상승 폭에 맞추어 조흥은행 예금의 이자율을 조정하되, 삼성화재의 보험을 통해 차액을 메우는 형식. 말하자면, 조흥은행이 금리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삼성화재의 보험에 가입한 셈이다. 이같은 전략적 제휴는 다른 보험사와 은행에도 크게 확산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첨단 금융상품」이 쏟아질 전망이다. 변화는 보험과 은행간 판매협조(대행 판매)→합작법인 설립→인수합병→지주회사 설립 등으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는 보험과 은행간의 경계선을 지워버릴 것으로 보인다. ◇비용절감이 경쟁력 원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금융기관이 고객의 욕구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영역구분이 트여야 할 것』이라며 『보험사로선 판매채널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비용 부담이 적은 은행에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손보사들은 그동안 영업사원들의 「안면장사」와 「친인척 공략」에 전적으로 의존해온 것이 사실. 그러나 자금조달에 코스트(비용) 개념이 높아지면서 이같은 전통적 방식은 한계에 봉착했다는게 보험업계의 인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들이 판촉활동을 위해 돌리는 껌이나 사탕, 휴지 값만 줄여도 고객에게 돌아가는 몫이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한상복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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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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