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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마지막날 밤, 경상남도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신화철강 사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선 가을밤과 어우러진 클래식 음악이 흘러 나왔다. 트루베르챔버오케스트라가 선사하는 아름다운 현악 선율과 CNU윈드오케스트라의 웅장한 관악 멜로디는 청중을 사로 잡았다. 이날 전 임직원과 가족 등 100여명은 가을 음악회에 흠뻑 취했다. 직원 가족의 가을 시 낭송과 회사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영상물은 자리에 함께한 모든 사람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기업경영에 문화를 융합한 중소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문화경영'을 통해 조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끌어내고 애사심을 높이고 있는 것.
22년간 철강재 유통 및 가공을 해온 신화철강은 '문화경영'을 펼치고 있는 우수 사례로 꼽힌다. 덕분에 2009년 6.0%였던 이직률은 지난 2012년 절반 수준인 3.3%로 뚝 떨어졌다.
정현숙 신화철강 대표는 "주변에서 회사만 키우면 됐지 왜 자꾸 일을 벌이느냐고 묻지만 문화예술을 통해 임직원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다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철강 하나 더 파는 것보다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신화철강은 문화예술 공연 관람은 물론 매년 송년회를 소극장에서 연극을 보는 문화 송년회를 한다. 이를 본 지역내 다른 기업들도 연극 송년회를 하기 시작해 연말이면 소극장 섭외에 어려움을 겪는 '즐거운 불편'을 초래하기도 했다.
또 회사 사옥 1층에 60여평 공간의 갤러리 겸 북카페를 만들어 매월 창원시립도서관에서 순환 대출해 오는 다양한 책들을 비치하고 있다.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매년 단체당 500만원(경남도 매칭 펀드 포함 1,000만원)씩 기부를 하는 등 4년째 결연도 이어 가고 있다.
이처럼 경영에 문화를 접목할 경우 직원들의 사기와 자부심은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예술교육' 참여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을 보면 참여 횟수가 높은 집단이 참여 횟수가 낮은 집단에 비해 기업에 대해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IT 제조전문기업인 에이텍 역시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위해 임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문화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내 자원봉사활동 조직체인 '여우회'를 구성·지원, 매년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각종 문화 행사를 개최하거나 후원하고 있으며, 정기 산행, 춘천마라톤 참가 등을 통해 문화 경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경영으로 인해 높아진 애사심은 곧 매출성장으로 이어졌다. 2010년 940억원 수준이던 에이텍의 매출은 지난해 약 1,400억원을 달성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기업이 문화예술 활동이나 감상을 지원하면서 조직문화가 부드러워지고 창의적으로 바뀌는 보이지 않는 효과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결국 기업도 사람이 하는 것인 만큼 직원들의 마음가짐이나 사기, 정서적 안정 등이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간파하고 있는 에이텍과 같은 중소기업들은 기업 조직문화를 개선해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자긍심 고취를 통해 이직률 감소와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 설문에 따르면 근로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급여·복리후생', '근무지역·근무환경'보다 '조직및 직무적응 실패'가 더 큰 걸림돌인 것으로 나오는 등 조직문화에 대한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 근로자들에게 조직및 직무적응 실패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조직문화는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꼽힌다.
신승영 에이텍 대표는 "IT업계가 삶의 수준은 높을지 몰라도 삶의 질은 떨어진다"며 "각박하고 경쟁적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이러한 문화활동이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