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수능시험을 둘러싸고 출제위원 선정, 유사문제 출제, 복수 정답 등의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시험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런 논란이 제기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유감스럽고, 수험생과 가족들에게는 죄송스러울 뿐이다. 우선 출제와 관리체제를 재검토하여 이러한 일이 다시는 없도록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능시험 그 자체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교육제도답게 감성적인 접근보다는 차분하고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겠다.
수능시험은 `94학년도부터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교과서 내외의 자료를 활용하여 통합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분석, 종합 등 고차원적인 정신능력을 측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이는 종래의 학력고사가 암기위주의 입시교육을 유발하며, 지식기반사회에 요구되는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측정 등과는 거리가 있다는 반성에서 학력시험에 적성시험을 가미한 것이다.
이와 같은 수능시험의 주요 쟁점들은 다음의 질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국단위시험으로 계속 존속시킬 것인가? 존속이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이의 주관기관(관, 민, 대학합동)은? 출제문항의 성격(적성, 학력)은? 결과활용방법(선발, 자격)은? 시험 실시횟수(1, 2회)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각인의 경험과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나름대로의 논리와 타당성이 있으며, 외국의 사례도 다양하다.
교육과 관련하여 문제만 발생하면 조급히 제도를 바꾸자는 분들이 있다. 학생 자살, 사교육비 등이 모두 수능 때문이고 수능만 없어지면 고교교육이, 나라가 곧바로 잘될 것같이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주장하면서 문제가 심각한데도 제도 바꾸는 것을 터부시하고 위기 모면을 위한 술책으로 치부하는 하는 분들도 있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 제도도 수많은 논쟁과 시행착오를 거쳐 수립된 것이며, 교육제도도 사회제도인 만큼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될 수밖에 없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교육의 목적에 비추어 원칙을 지켜가면서 차근차근히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에서는 이미 대학자율화의 기본방향을 제시한바 있다.
<서범석(교육부 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