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상수지 흑자행진은 환율 아닌 고령화가 원인"

KDI, 美재무부·IMF 주장 반박

소비 많은 청년층 비중 줄어 생산인구 감소 → 투자 위축

2020년까지 기조 이어질 것


경상수지 흑자가 31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주된 원인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기인한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흑자 기조는 고령층 인구비중 증가의 영향이 직접 적으로 드러나는 오는 2020년 이후 점진적으로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저평가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는 미국 재무부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일각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3일 '인구구조 변화가 경상수지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폭의 확대는 재정수지와 생산성·인구구조 등 수많은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며 "특히 출생률 저하에 따른 청년층 인구비중 감소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투자수요가 위축돼 경상수지 흑자의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석은 유·청년층의 인구비중이 1%포인트 감소하고 중·장년층의 인구비중이 1%포인트 증가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가 0.5~1.0%포인트 늘어난다는 가설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축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중·장년층 인구비중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투자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유·청년층의 인구비중은 이미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무려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가 유·청년층이었을 때는 높은 투자수익률에 따라 저축률보다 투자율이 빠르게 증가했지만 현재는 이들이 노후준비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저축을 늘리면서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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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나라는 연 7~10%대 고속성장을 거듭하던 1970~1990년대 내내 해외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면서 순해외투자(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했고 현재는 저축률보다 투자율이 더 떨어지자 국내에 돈이 남아 순해외투자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를 살펴봤을 때 GDP의 5% 내외에 이르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이례적이지 않다는 게 권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는 2020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권 연구위원은 "앞으로 고령층 인구비중 증가가 두드러지는 2020년 이후 점진적으로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경상수지 흑자의 상당 부분이 결국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는 만큼 대응방안 역시 보다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게 권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그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단기적인 원화 가치 저평가에서 비롯된 것이며 거시경제의 균형 회복을 위해서는 통화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것이 최대 과제다.

그는 "예컨대 임금피크제와 연동된 정년 연장 등을 통해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을 완화하면서 현재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고 과감한 규제 합리화는 투자 활성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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