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세계 감원돌풍] "불황대비 우선 살고보자"

'생살 도려내기' 확산최근 불어 닥치고 있는 감원태풍은 효율성 증대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보다는 다가올 불황기에 살아 남고 보자는 생존전략의 성격이 강하다. 또한 이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여전히 하반기 경기회복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미국 발(發)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는 시장의 체감적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살고 보자 지난 수년간 미국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감원은 효율성 증대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불필요한 부분을 없애고 조직 계통을 단순화해 가볍고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 왔던 것.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생존이 급한 만큼 몸에 낀 기름기 뿐만 아니라 생살까지도 도려내고 있다는 것. 다양한 사업분야와 탄탄한 경영실적으로 유럽의 제너럴 일렉트릭(GE)으로 비유되고 있는 ABB의 감원발표는 이 같은 현실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ABB는 "앞으로 1년간 경영환경이 상당히 불안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비용절감을 위해 감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불황이 본격화되면서 매출이 급감할 경우 탄탄하던 우량기업도 언제 무너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선 비용부터 절감하고 보자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현실 인식은 지난 10년간 장기불황 속에서도 유지되던 일본의 종신고용제까지 흔들고 있다. 생존 자체가 문제되면서 지난 1920년대의 대불황을 포함, 단 한번도 감원을 한적이 없던 일본 1위의 가전업체인 마쓰씨타가 명예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또 이스즈 자동차는 전체 직원의 26%에 달하는 9,700명을 줄일 예정이며, 후지쓰 역시 주초 9,000명의 직원을 감원할 방침을 밝혔다. ◇실업 도미노 확산 될 듯 미 노동통계국은 최근 기업들의 감원이 적지 않은 규모로 이뤄지고 있지만 정년퇴임 및 자연감소, 그리고 재취업 기회 등을 감안하면 그리 우려할 만한 수준을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감원돌풍은 반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당한 지속성을 갖고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 독일의 대표적인 전자회사인 지멘스가 기업실적 발표 시점에서 대규모 감원발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최근의 감원돌풍은 기업들이 잇따라 이윤감소 경고를 발표한 후 6개월의 시차를 두고 찾아온 것인데, 이는 기업들이 어느정도 회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해고비용을 최소화기 위해 감원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대통령인 앨러 그린스펀 조차 미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 침체까지 경고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서둘러 감원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감원이 늘어나는 반면 새로운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개인 소비지출은 둔화되고 이에 따른 경기둔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미국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던 개인소비가 둔화될 경우 미 경기 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일각에서는 대규모 감원이 퇴직금 지급 등 기업의 일시적인 비용 지출을 증가시키면서 비용절감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의 경우 해고비용이 12억달러에 이르는 등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장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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