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아하 이 홀!] 서원밸리GC 서원코스 2번홀

2온 욕심내면 큰코 다칠 '장미의 가시'<br>옛 주인이 연인 이름 붙인 '낭만홀' 페어웨이 넓고 경사 완만하지만<br>낙락장송 OB·벙커에 티샷 어렵고 세컨드 샷 그린 노리다 연못에 풍덩<br>1번홀은 그린콘서트 장소로 유명



각 골프장의 간판 격인 시그니처(signature) 홀은 경관을 기준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발 잘 받는 포토제닉 홀이 대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GC는 시그니처 홀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그 코스 전체의 전략적 특징과 난이도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서원코스 2번홀(파5ㆍ548야드)이 바로 그렇다. 무난한 듯하지만 정교함을 요구하고 아기자기한 듯하면서도 때로는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디자인 철학이 아름다운 이 홀에 오롯이 녹아 있다.

정남향으로 뻗은 이 홀은 레귤러 티잉그라운드 기준 길이가 514야드다. 티잉그라운드에 서면 3개의 연못과 5개의 벙커, 그리고 홀 전체를 감싸고 있는 장송과 관목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고저 차 20m 정도의 내리막 경사에다 페어웨이가 넓은 편이고 대형 그린이 실제보다 가깝게 보여 누구나 '2온'에 대한 기대를 품을만하다.

하지만 무작정 덤벼들었다가는 서너 타를 쉽게 까먹기 일쑤다. 마음 속으로 확실하게 공략도를 그려야 하는 홀이다. 오죽하면 '가시를 숨긴 장미'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장미는 욕심을 낼 때 날카로운 가시를 드러낸다. 티샷 낙하 지점 오른쪽에 파놓은 2개의 벙커가 눈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겨냥하자니 낙락장송이 빽빽하게 군락을 이룬 아웃오브바운즈(OB) 지역이다. 티잉그라운드도 약간 왼쪽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힘을 빼고 페어웨이 안착 작전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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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컨드 샷이 중요한 홀이다. 페어웨이 중간 부분이 좌우측 2개의 연못을 잇는 실개천으로 분할돼 방심할 수가 없다. 그린 앞쪽에는 2개의 벙커가 여왕의 근위대처럼 경계를 서고 있다. 방향을 약간 오른쪽으로 잡는 게 열쇠다. 그린 우측 멀리 보이는 벙커 쪽을 향해 우드로 두 번째 샷을 하면 그린까지 보통 100m 정도 남긴 넓은 페어웨이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그린을 직접 노리고 세컨드 샷을 칠 경우 왼쪽 해저드에 빠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린은 양쪽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핀의 위치에 관계없이 한가운데에 떨구는 것이 바람직하다.

욕심 내지 않고 정확하게 3온에 성공한 골퍼라면 나머지 17개 홀도 큰 실수 없이 넘겨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 것이다. 이 홀 플레이를 보면 그날 스코어와 그 골퍼의 성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게 골프장 관계자의 말이다. 이 홀은 그린을 머리로 가진 8등신 미인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페어웨이가 양쪽의 해저드로 나뉜 곳이 여체의 잘록한 허리 부분이라고 한다. 골프장의 예전 소유주가 연인의 이름을 붙여 선물했다는 로맨틱한 스토리도 간직하고 있다.

밸리코스 8번홀(파3ㆍ184야드)도 인기가 높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내려다보면 그린 지역과 그 왼쪽의 연못이 태극문양 형상으로 보인다. 물과 땅의 경계선인 하얀 모래 벙커는 둔덕에 맞고 물로 굴러 떨어지는 볼을 잡아주면서 또렷한 색채감도 제공한다. 연못 속 시원한 분수와 연못에 비친 파란 하늘 그림자는 한 장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완성하지만 마음을 빼앗는 함정이기도 하다. 공중엔 늘 바람이 불어 의외의 결과가 자주 나온다.

밸리코스 1번홀(파4)은 콘서트로 명소가 된 곳이다. 해마다 5월 마지막 토요일에 '그린 콘서트'가 펼쳐지는 무대다. 11회째 그린 콘서트가 열린 5월25일 이 홀의 페어웨이는 놀이터로, 벙커는 씨름장으로 변신했고 어둠이 내린 뒤에는 K팝 공연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자선ㆍ가족ㆍ문화가 담긴 그린 콘서트는 4만여명의 인파가 몰리는 대규모 지역 축제로 발돋움했고 이 골프장은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2000년 회원제 18홀과 대중제 9홀로 개장한 서원밸리는 지난해 하반기 부지 내에 자매 골프장인 서원힐스CC(대중제 18홀)를 새롭게 오픈해 총 45홀 규모가 됐다. 서원힐스CC는 페어웨이가 사계절 푸른 양잔디 코스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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