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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금리 인상의 나비효과

이성엽 EY한영 감사본부 전무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의 카오스이론에서 사용된 용어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나비효과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 2004년에 영화로도 개봉됐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운명을 되돌리기 위해 여러 차례 과거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갈수록 더 힘겨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오히려 상황은 예상치 못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은 공포감을 느끼며 주인공이 얼마나 더 많이 과거를 바꿔야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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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며 9월의 끝자락을 맞이하게 됐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제기된 '9월 위기설'의 시한도 불과 며칠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9월 위기설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과도한 투자로 160여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의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할 무렵에도 이런 말들이 항간에 떠돌았다. 리먼 사태로 세계 경제는 다시 한 번 큰 불황에 빠졌으며 경제위기라는 말은 마치 나침반처럼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가 위기를 맞이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1997년과 2008년의 경제위기에는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국의 금리인상 조치다. 그래서 이번 9월 위기설도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미국의 금리인상과 연결 짓는다. 앞서 중국 정부의 위안화의 평가절하 조치로 주춤했으나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설을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의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해 각 정부는 나름대로 대비를 하는 중이다. 미국 역시 과거와 같이 급격한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조치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은 국가보다는 개인에게 더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 나라가 기침을 하면 이웃 나라는 감기에 걸린다는 자조적인 말이 있지만 개인에게는 홍역을 앓게 할 일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1,3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84%에 해당하는 거대한 규모다. 이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정책과 함께 저금리 현상의 장기화, 실업 및 개인사업자의 손실 누적 등으로 인한 가처분소득 감소 등에 따른 복합적 위험이다. 이미 정부의 저금리 기조에 발맞춰 대출을 최대한 늘려놓은 많은 채무자가 영화처럼 과거로 돌아가 대출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계 상황에 처한 개인사업자와 대출로 생계비를 조달하고 있는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가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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