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작품은 말합니다. 그 때의 사회모습을"

조은정 박사의 고인돌 강좌 '미술로 각인된 세계사의 사건들'

지난 14일 송파도서관에서 올해 마지막 강의 마무리

아래 왼쪽부터 르느와르의 ‘특별석’, 에바 곤잘레스의 ‘특별석’, 매리 카사트의 ‘특별석의 두 젊은 숙녀’

“1852년 시작된 파리의 도시재개발로 도로는 넓고 반듯하게 포장되고 오페라극장이나 작은 공연을 겸한 카페와 주점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파리의 도심을 항공에서 촬영한 사진이 예술이라는 장르에 들어오면서 ‘그리다’와 ‘찍다’의 차이를 두고 예술계에서 활발하게 논의가 됐어요.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따라 형태를 무너뜨리고 빛을 과감하게 화폭에 옮긴 인상파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죠.”

지난 14일 서울시교육청 송파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미술로 각인된 세계사의 사건들’의 다섯 번째 강의에서 미술평론가 조은정(사진) 박사는 지난 5주간의 강의 주제를 되짚어가면서 시대별로 남긴 미술 작품이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지를 주제로 강의를 풀어나갔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롯데그룹이 후원하는 고전인문학 아카데미 ‘고인돌’ 2기는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의 본령을 아우르면서 미술·영화·경제학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가는 융복합적인 인문학 강좌로 구성, 21개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곳곳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조 박사는 도시재개발로 인한 사회의 변화를 그림 속에서 찾아내 이야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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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재개발로 극장이 늘어나면서 오페라·무용 등 공연이 많이 열려 시민들의 주요한 취미생활로 자리잡게 됐어요. 여기 보이는 작품들은 극장안의 특별석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요. 작가의 관점에 따라 등장인물의 관계 그리고 당시의 생활상 등을 유추해 볼 수 있겠죠.”

조박사가 소개한 세 작품은 르느와르의 ‘특별석(1874)’, 에바 곤잘레스의 ‘특별석(1875~1878)’, 매리 카사트의 ‘특별석의 두 젊은 숙녀(1882)’ 등이다. 같은 오페라 극장의 특별석을 묘사하고 있지만 작가에 따라 등장인물의 모습과 태도 그리고 표정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조 박사의 설명이다.

“르느와르의 특별석에 등장하는 여자는 다소 우울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으면서 남자는 오페라 글라스로 무대가 아닌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이유, 에바 곤잘레스의 특별석에 등장하는 여인이 당당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까닭, 그리고 사교계에 갓 등장한 예비숙녀들의 어색한 듯 호기심어린 모습을 담은 매리 카사트의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눈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날 강의에서는 수강생들이 평소 관심이 많았던 미술관련 주제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 수강생들이 강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조 박사는 “대학교 수업보다는 수준을 다소 낮췄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학생들보다 더 뜨겁다”며 “어머님과 함께 공부하러 오는 아들, 그리고 80세를 훌쩍 넘으신 어르신 등 출석을 부르는 강의도 아닌데 140여명의 다양한 연령층이 참석해 적극적으로 공부하는 모습에서 공부에 대한 의미와 소통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번 고인돌2기는 오는 12월까지 한국미술, 서양미술사, 문학과 철학, 영화와 고전, 북유럽신화와 문학, 경제사, 애니메이션 등 풍성한 강좌가 마련됐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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