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한국 선원=몸값 희생양' 더 이상 안된다

■ 정부, 전격 구출작전 배경은<br>협상 땐 악순환 되풀이… 해적 불법행위 용납못해<br>'힘으로 해결' 단호 의지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관련 대통령담화’를 발표하며 군을 치하하고 있다. /전수영기자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해적에게 단호함을 보여줬다.’ 군사작전을 통해 인질을 구출하는 것은 단호함과 결단이 필요하다. 자칫하다가는 인질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작전 실패에 따른 후유증도 크다. 하지만 비공식 협상을 통해 거액의 몸값을 지불할 경우 이번 삼호주얼리호처럼 피랍사건은 반복된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군사작전을 인질구출의 수단으로 쓰는 이유다. 이번 작전을 두고 외국 언론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영국 BBC방송은 “한국은 지난해 같은 회사 소속의 삼호드림호에 95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몸값을 지불했지만 이번 대응은 전혀 달랐다”고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협상은 없다”…강한 의지 천명=삼호주얼리호의 피랍 이후 외교부ㆍ국방부ㆍ행정안전부 등은 협의를 갖고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지난해 삼호드림호가 피랍 217일 만에 거액의 협상금을 내고 인질을 구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또다시 피랍사건이 발생하자 협상을 통한 인질구출의 한계를 인식해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협상구출이 반복될 경우 한국국적의 상선은 해적들의 표적이 될 우려가 컸다”고 말했다. 인질들의 몸값을 지불하는 구출방법이 오히려 한국선박이 돈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줘 해적들의 집중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작전 하루 전인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관계부처 장관들과 함께 협의해 군사작전을 최종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정부는 21일 ‘아덴의 여명’작전을 감행했다. 이날 작전이 성공한 후 이성호 합동참모본부 군사지원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선박을 대상으로 한 해적의 불법적인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또 “동일유형의 피랍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유사시 문제해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 피랍사건이 재발하면 군사작전을 위주로 해 구출작전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강한 군사력 앞에서는 꼬리 내리는 해적=정부가 군사작전 수단을 사용한 데는 해적들이 군사작전을 쓰는 국가에는 약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인질구출을 위한 군사작전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프랑스. 프랑스군이 피랍선박에 진입해 인질을 구출한 것은 모두 세 차례다. 2008년 4월 자국의 초호화 유람선이 해적에게 피랍됐을 때 선박으로 진입해 해적 3명을 사살하고 인질 30명을 구출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아덴만에서 피랍된 요트에 있던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고속단정에 50명을 태우고 구출작전을 벌였다. 인질 2명을 구출하고 해적 1명을 사살, 6명을 체포했다. 당시 작전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2009년 4월에는 프랑스 특수부대가 피랍된 요트를 급습해 해적 2명을 사살하고 3명을 체포하면서 인질 4명을 구출했다. 이 과정에서 인질 1명은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해적들은 프랑스 국기가 걸린 배는 공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미국도 2009년 4월 자국 선박 앨라배마호가 피랍되자 SEAL(특수전요원) 저격수가 해적 3명을 사살하고 선장을 구출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특수부대원들도 지난해 2월 슬로베니아 화물선 ‘아리엘라호’에 진입해 선원 24명을 구출했으며 연합해군도 그해 9월 아덴만 해상에서 피랍된 영국 상선 구출작전을 펼쳐 해적 9명을 제압한 뒤 선원들을 구조했다. 지난해 9월에는 미 해병특공대원들이 독일 화물선 ‘마젤란스타호’, 10월에는 유럽연합(EU) 해군이 독일 화물선 ‘벨루가 포천호’에 각각 진입해 해적을 제압하고 선원들을 안전하게 구한 바 있다. 한편 ‘아덴의 여명’은 “해적들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프랑스나 러시아ㆍ미국 등과 공조에 나섰다는 의미도 있다. 해적퇴치의 국제공조에 참여한 셈인데 이번 작전도 미국 등과 공동작전으로 진행됐다. 이 본부장은 “이번 작전을 수행하면서 한미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미 구축함의 지원도 받았다”며 “오만 경비정도 참여해 연합 작전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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