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나(32·여)씨는 지난 2012년 회사에 '난임휴직제'를 신청했다. 결혼 2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임신했지만 유산의 아픔을 겪었다. 병원에서는 정기적인 난임 치료를 권고했고 박씨는 고민 끝에 회사에 1년 휴직을 신청했다. 하늘의 뜻이었는지 박씨는 휴직 3개월만에 임신에 성공, 회사의 '여성친화 제도' 덕을 보게 됐다. 국내 기업들이 '여성 리더 키우기'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여성의 날을 맞아 국내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여성친화적 사내 제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난임휴직제, 육아휴직 자동전환제 등 출산·육아 관련 제도와 함께 멘토링, 리더십 포럼 등 여성 인력을 리더로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전경련은 지난 40여년 간 언론보도를 토대로 기업 내 여성인력의 위상이 시대별로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여성 인력은 사무 보조 역할을 수행하거나 대졸 여성 별도 채용 등으로 홍보·번역·사서·비서 등 특정 직종 위주에 머물렀다. 1990년대 들어서는 기업들이 남녀 구분 없는 공개채용을 실시하며 승진·임금·직종 등 영역에서 친여성 노력을 전개했고, 2000년대에는 여성 인력들이 중간 관리자급으로 승진하거나 임원을 다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최근 들어서는 여성 인력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중요해짐에 따라, 기업들이 경력단절 문제 해소와 여성 리더십 양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한화생명은 임신한 직원들에게 분홍색 출입증 홀더를 포함해 허리 쿠션, 태아앨범 등 '맘스패키지(MOM's Package)' 세트 지급과 함께, 임신기간 중 1개월 간 근무시간 단축근무가 가능토록 했다.
삼성전자는 1996년 개원한 '수원 디지털시티'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사업장에서 총 10개의 직장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또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원격(재택)근무제' 등 새로운 근무방식도 도입, 이를 신청한 임직원은 회사에 따로 출근하지 않고 회사가 지정한 '스마트 워크센터'에 원하는 시간에 방문해 일할 수 있다.
LG전자는 사내 인트라넷에 임산부 등록시스템을 마련해, 임산부 등록시 부서장이 배려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 현대자동차는 출산한 여직원들을 위하여 사업장 내 여성휴게실을 설치하고, 출산 후 모유 착유시간을 1일 120분을 보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GS건설과 대한항공은 아이를 갖기 어려운 여성을 대상으로 난임(불임) 휴직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밖에 SK와 롯데는 워킹맘들이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휴직 제도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출산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자동 육아휴직제'를 도입하는 한편, 자동 전환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만 별도로 회사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