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나는 '스팸' 기는 '정부통계'


"대출·대리운전 스팸만 하루에 4~5통이 넘는데 0.25통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이름·주소·주민번호·연봉 등 온갖 정보가 유출됐다는데 앞으로는 훨씬 똑똑한 스팸 폭탄이 쏟아지겠네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스마트폰 등 휴대폰으로 받는 스팸문자가 하루 평균 0.25통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라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KB국민·롯데·농협 등 3개 카드사에서 1억건이 넘는 고객정보가 유출됐지만 외부유출은 차단된 것으로 추정했다. 스팸·스미싱으로 악용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안심하라"는 말이다. 그러나 국민은 불안하고 불편하다.


방통위 계산법으로는 나흘에 한 통 스팸을 받아야 한다. 여기다 이통사들은 각종 차단 서비스와 장치를 통해 많이 걸러낸다고 말한다. 모 이통사는 자체 테스트에서 스팸 차단율을 80% 이상으로 높였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실제 이통3사의 스팸문자 차단율은 뚝 떨어졌다. 신종 스팸과 스미싱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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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이통사, 휴대폰 제조사들이 날로 진화하는 스팸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고 있다. '열 경찰 한 도둑 못 잡는다'는 속담처럼 휴대폰 제조사나 이통사들이 스팸·스미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문제는 소비자들과 점점 멀어지는 현실인식이다. 실상에 대한 파악은 실태조사에서 시작된다. 0.25통으로 줄어든 실태조사 결과가 더 벌어진 격차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최근 카드사·저축은행·캐피털 등 금융회사에서 개인정보가 잇따라 유출됐다. 국민들은 어느 때보다 불안하다. 유출 건수만 보면 국민 모두의 개인정보가 거리에 굴러다니는 셈이다. 대문과 현관문을 활짝 열어주고 금고열쇠까지 맡긴 셈이다. 각종 개인정보를 인질로 삼은 스팸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고도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의 현실감 떨어지는 상황인식과 대처는 2차, 3차 범죄로 이어진다. 진정한 정보화 시대는 빠른 속도와 풍부한 콘텐츠에 앞서 안전한 이용을 전제로 한다. 액셀러레이터에 앞서 브레이크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보다 치밀한 조사를 통해 현실감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업계는 사용자 환경에 맞는 실질적인 차단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현실성 떨어지는 조사와 대응책으로는 스팸을 막아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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