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침몰] "일도 중요하지만 아픔 나눠야죠"

안산 개인택시 운전자들 팽목항까지 달려가 자원봉사

피해자 가족 장거리 무료운행

10년째 경기도 안산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김모씨. 9일 전인 지난 16일 김씨는 차량 운행을 하던 중 단원고 학생들을 태운 여객선이 침몰됐다는 뉴스를 들었다. 착잡했다. 사고 직후 김씨가 소속된 단체에서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피해자들의 운송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어요. 제 자식 같은 아이들인데."

24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입구에는 번호판에 '경기'라고 명시된 택시들이 줄지어 섰다. 차 손잡이 부분에 검은색 리본이 묶여 있고 앞 유리창에는 '세월호 유가족 수송차량'이라고 써 있다. 이곳에 서 있는 20여대의 택시는 김씨와 비슷한 뜻을 가진 안산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이다.


안산시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은 사고 직후부터 200여명의 소속 택시 기사들에게 자원봉사 모집공고를 냈다. 조합원들은 안산시내 장례식장과 단원고, 인근 시흥·안양 지역 장례식장 등을 돌며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 20일부터는 이곳 전남 진도까지 장거리 무료 운행을 확대했다. 하루 20여대씩이 진도로 사고 피해자들을 도우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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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들이 대기하는 곳은 항구 입구 쪽이다. 자신의 가족이 발견됐다는 얘기가 나오면 울음을 머금으며 뛰어가는 곳이 이곳이다. 그럴 때면 기사들도 고개를 숙이며 손으로 입을 꾹 눌러 막는다. 먼 바다를 보거나 눈에는 눈물이 맺힌다고 한다.

이날 오전 팽목항에 대기하는 택시들은 어제 저녁께 안산에서 5시간이 걸려 진도에 도착한 차량들이었다. 밤사이 시신 수습 소식이 없자 기사들도 뜬 눈으로 밤을 샜다고 했다. 13년째 택시 업무에 종사하는 한 기사는 "피곤하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에 비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생업에 지장이 올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15년째 택시를 몬 한 기사는 "안산은 지금 한 집 걸러 초상이 난 분위기"라며 "서로 돕고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조합의 관계자는 "자원봉사 신청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안산시는 23일 장거리 운행을 한 택시 기사들에게 나중에 일정 경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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