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의 전망과 함께 시장에서 나타나는 각종 현상과 지표들도 최근 주택 매매시장의 열기가 완만한 상승세로 접어들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당국의 부양대책에 민감한 강남권에서 돌던 온기가 수도권 전역으로 퍼지고 있고 그동안 약세를 면하지 못했던 중대형 아파트의 거래도 살아나고 있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의 주택시장이 '반짝 상승'이 아닌 완만하지만 '대세 상승'으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네 가지 현상을 짚어본다.
◇전세 대비 매매거래 비중 90% 육박=무엇보다 달라진 점이 전세와 매매의 거래 건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전세거래 대비 90% 안팎까지 늘었다. 2011년 10월 전세거래 대비 매매거래 비중이 48%, 2012년 10월에는 38.9%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세보다 매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전셋값의 고공행진 탓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은 지난 17일 62.48%였다.
개별 단지로는 70%를 돌파한 곳도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과도하게 오른 전셋값을 지불할 바에 차라리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매수 열기 수도권 전역 확산=강남권 거래시장만 반짝 상승하는 데 그쳤던 예전과 달리 온기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해 4·4분기 0.12% 상승했다. 대책에 따라 등락을 반복해온 강남권 주택시장과 달리 2011년 1·4분기 이후 계속 내림세를 기록했던 수도권 전체 매매가격이 10분기 만에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17일 현재 0.01% 올라 거래 증가세와 더불어 매매가격도 여전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거래도 살아난다=이처럼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이면에는 중대형 아파트의 약진이 눈에 띈다. 85㎡(이하 전용면적) 초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의 하락폭이 크게 줄면서 전체 시장의 집값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4분기 60㎡ 이하 수도권 소형아파트는 전 분기 대비 가격이 0.45% 올랐다. 60~85㎡ 이하 아파트도 0.11% 올라 중소형 아파트가 9분기 만에 가격이 상승 반전했다.
반면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 가격은 0.52% 떨어져 전체 평균이 0.07% 하락했다.
하지만 구매심리가 회복되기 시작한 4·4분기 들어 중대형 아파트의 하락폭이 0.19%로 큰폭으로 줄어들면서 수도권 아파트의 매매가격 변동률도 2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성인 10명 중 6명, "부동산 경기 긍정적"=거래량 증가와 매매가격 상승세에 맞춰 구매심리도 살아나고 있다. 부동산114와 한국갤럽이 지난해 11월 전국의 성인남녀 1,5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해 부동산 시장이 긍정적이라고 답변한 이가 전체의 56.5%에 달했다. 2012년에는 부정적이라는 의견이 60%로 절반을 넘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들어 전세거래가 주춤하고 매매가 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전세수요가 매매시장으로 옮겨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집값이 충분히 떨어졌다는 인식에다 저금리 등으로 금융 조달비용이 낮고 정책의 대책까지 맞물려 있어 올해 거래시장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