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개인회생제 악용 뿌리 뽑는다

무자격자 계좌 내역서·소득증명서 등 변조해 빚 탕감 속출

법원 파산부, 불법 브로커 30명 검찰고발 등 강경대응 나서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약 한달 사이에 서울 중앙지방법원에는 한 명의 변호사 명의로 여러 개의 개인 회생 사건이 접수됐다. 한 변호사가 여러 사건을 맡는 것 자체야 문제가 없지만 이 변호사는 서류상 법무법인 A에 속하는 것으로 돼 있다가, 다른 사건에서는 법무법인 B에 소속해 있었다. 때로는 개인 명의로 소송위임장이 제출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이 변호사가 브로커에게 변호사 명의를 대여한 것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의뢰했다. 이 변호사는 2013년 7월과 지난해 9월에도 비슷한 사안으로 변호사법 위반한 혐의를 받고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서울중앙지법이 개인 회생사건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직접 불법 브로커 등에 대한 수사 의뢰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최근 브로커 체크리스트 대응 연구반 회의를 열고 그동안 수집한 349건의 개인회생 위법 의심 사건 중 브로커가 관여했을 개연성이 높은 사건을 선별해 관련자를 서울중앙지방 검찰청에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사 의뢰 대상은 9곳의 법무법인과 12명의 변호사, 4명의 법무사, 5명의 무자격 대리인 등 3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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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이번에 수사의뢰 한 사건에는 변호사가 브로커에 명의를 대여하는 것은 물론 소득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인터넷 카페 등을 활용해 사건을 알선하는 등 다양한 사례가 포함됐다. 개인회생 사건을 맡은 한 대리인은 채무자와 짜고 매월 갚아야 하는 빚의 액수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했다. 원래 이 채무자가 반환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은 9,000만원이었지만 대리인과 채무자는 숫자 9위에 숫자 3을 덧붙인 후 복사해 자신의 보증금 재산규모를 3분의 1로 줄여 법원에 제출했다가 판사들의 감시망에 걸렸다.

또 다른 변호사와 사무장은 아예 채무자와 논의 하지도 않고 채무자의 계좌 내역서와 소득세 원천징수 확인서, 소득증명서를 변조해 법원에 개인 회생 신청 서류로 제출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브로커 체크리스 제도를 상시화 하고 위법 의심사례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할 것”이라며 “대리인들도 서면 경고에 그치지 않고 수사 기관에 의뢰하는 등 적극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파산부는 지난해 5월부터 개인회생 제도를 악용하는 실태와 악성 브로커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번 수사의뢰에 앞서 올 1월 31일에는 브로커 관여 의심 19개 사건의 대리인에게 서면 경고를 내렸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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