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에 따르면 연기금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자금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있지만 자산운용사에 맡긴 자금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모직에 대한 기관투자가들의 수요예측 마감을 코앞에 둔 상황이어서 연기금과 공제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공모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 시 대리청약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자산운용사에 배포했다.
공모주 대리청약이 금지되면 국민연금 등 연기금들이 운용사들에 일임한 자금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연기금들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만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기금들이 운용사에 일임한 자산은 4일 마감되는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참여할 수 없다. 실제 제일모직 기업공개 대표주관사인 KDB대우증권은 금투협의 지침에 따라 투자일임 계좌는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참여시키지 못하도록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들은 금투협의 공모주 대리청약 금지는 불공평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율규제인 만큼 굳이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국내 주요 연기금 관계자는 "연기금이 직접 운용하는 자금이나 외부에 위탁을 맡긴 자금이나 모두 우리 자금인데 위탁한 자금을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연기금·공제회 관계자들이 모여 금투협의 자율규제를 내부 규정으로 간주해 위탁운용사에 청약에 참여하라고 지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투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규정에 문제가 있다면 고치겠다"면서도 "하지만 합리적인 수준이라면 금융당국과 협의해 강제성을 띠는 공적규제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