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3월 16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의 조건

정부가 오는 23일 국무회의에서 차기 한국은행 총재를 결정하기로 함에 따라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현재 3~4배수로 압축해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ㆍ개혁성 등을 기준으로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는 중앙은행 총재는 그 자체로서도 책임이 막중하지만, 특히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과거에는 물가안정을 통한 통화가치 안정이 중앙은행의 주된 역할이었지만 지금처럼 외부충격에 따라 통화가치와 금융시장 전반이 춤추는 상황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변화를 읽고 국내 금융 시스템 안정은 물론 위기시 정확하고 신속한 판단과 정책으로 충격을 최소화하는 고도의 전문성과 정책구사 능력이 요구된다. 후임 한은 총재는 청와대가 밝힌 대로 글로벌 감각, 전문성, 개혁성 외에 통화정책의 독립성, 거시경제 안정,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위기대응 및 관리 능력, 정부 정책과의 조화 등 균형감각을 두루 갖춘 인물이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된 소규모 개방형경제인 우리 실정에서는 글로벌 금융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 할 수 있다. 또 기관이기주의에 사로잡히지 않고 국가경제를 지탱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높은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요구된다. 한은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충분히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이 국가 이익을 앞서거나 기관이기주의로 흘러서는 안 된다. 이번 위기극복 과정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무부 채권을 직접 사들인 것은 중앙은행의 역할에 큰 변화가 일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이번 금융위기를 비교적 빨리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와 한은이 힘을 합쳐 통화스와프, 은행 자본확충 등 위기관리 조치로 발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 같은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고 신뢰받는 중앙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개혁성도 중요한 덕목이라 할 수 있다. 여건과 상황에 맞춰 변화하지 않는 조직은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일반원칙은 중앙은행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갈수록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커지는 국제금융환경에서 우리 경제가 안정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중앙은행이 필요하다. 이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인물이 차기 한은 총재로 선임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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