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배당 확대의 역설… 금융권 국부유출 논란

정부 방침에 늘리기로 했지만

외국인 주주 지분율 최대 70% 내수확대보다 '外人잔치' 우려

론스타 대주주였던 외환銀 데자뷔… 수천억대 外人에 넘어갈 판


지난 3월에 열린 신한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한동우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올해 배당을 늘릴 방침이다. /사진제공=신한금융


순익 고려 땐 신한·KB금융 배당 20%대 넘을 듯

정부 주인인 기업銀등도 고배당… "형평위배" 지적



최근 만난 한 대형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올 회계연도 결산 배당과 관련한 고충을 토로했다.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 및 당기순이익 증가 등을 감안하면 배당을 늘려야 한다. 오랜 기간 계속된 국내 금융사들의 낮은 배당에 지쳐가는 외국인 주주들도 이번만큼은 고배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여론이다. 고배당이 정부에서 노린 내수 활성화 효과는 거의 없고 자칫 외국인 주주를 위한 '배당잔치'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론스타가 대주주였던 외환은행이나 한국씨티·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의 배당 때마다 불거지는 국부유출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의 외국인 주주 지분율은 최대 7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30일 금융계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은 올 결산과 관련해 배당을 늘린다는 방침을 정했으며 배당성향도 2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이 내부적으로 배당확대로 방향을 정한 가운데 KB금융과 하나금융 역시 배당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금융지주별로 인수합병(M&A) 및 자본비율 등 여건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당기순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에 배당 역시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구조조정을 예단해 은행들이 쌓아놓은 대손충당금이 당기순이익으로 환입된 것이 이익증가로 돌아왔다. 순이익이 늘어나면 배당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올 들어 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KB금융 1,932억원, 신한금융 3,702억원, 하나금융 724억원, BS금융(부산은행) 541억원, DGB금융(대구은행) 375억원을 각각 배당했다.

공시위반 이슈가 걸려 있어 금융지주사들이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지만 순이익 증가 등을 고려하면 신한·KB금융 등은 배당성향이 20%대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두 금융지주는 3·4분기 말 현재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각각 13.4%, 15.6%로 자본운용 여력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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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외환은행 인수로 자본비율 제고 이슈를 안고 있는 하나금융의 배당성향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의 BIS는 12.5%이다. 주요 금융사 가운데 최근 수년간 배당성향이 20%를 넘은 곳은 정부가 주인인 기업은행(24.2%)을 제외하고 한 곳도 없었다.

반면 민간 금융사 중 배당성향이 가장 높은 신한금융은 19.5%를 기록했으며 KB금융(15.3%), 하나금융(12.4%) 순이었다. 이들이 각각 배당성향을 1%포인트만 높여도 최대 480억원가량의 추가 배당액 지출이 발생한다.

배당을 늘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 주주들이다. 국내 금융기관에 투자한 외국인 주주들은 국내 금융사들의 낮은 배당성향에 많은 불만을 제기해왔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의 이탈을 막고 장기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배당확대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 연말께 국내 은행 배당수익률은 1.6% 수준으로 홍콩(6.0%)-말레이시아(5.9%)-중국(5.3%)-태국(3.8%)-싱가포르(3.2%) 등에 비해 한참 낮다. 주가상승률이 같다고 했을 때 똑같은 금액을 투자했는데도 배당액이 많게는 4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기업설명회(IR) 담당자는 "해외에서 기업설명회(IR)를 할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국영기업도 아닌데 왜 배당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냐'는 질책을 들을 때가 있다"며 "순이자마진(NIM)이 2%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만으로 주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배당성향을 높이면 BIS 비율이 낮춰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 또한 0.1~0.2% 정도 낮아지는 수준에 그친다"며 "나중에 금융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주들이 증자를 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배당을 부정적으로 보아서만은 안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금융사들의 고배당정책이 외국인 주주들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외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중간배당 계획을 발표하자 국부유출 논란이 비등했다. 영국 SC그룹이 지분 100%를 가진 SC은행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율 역시 신한(67.5%)-KB금융(68.2%)-하나금융(69.1%)일 정도로 높다. 주요 지방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 역시 DGB금융지주가 73%, BS금융지주가 52% 수준이다.

이 같은 논란을 미리 의식한 금융당국은 배당을 확대하되 그 폭은 지나치지 않도록 금융사들에 권고한 것으로 전해했다. 외국인 주주를 만족시키면서 국민 여론도 잠재울 수 있는 황금 비율을 찾으라는 것이다.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정부가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 자신들이 주인인 금융사에서는 고배당을 받을 예정이어서 해마다 벌어지는 형평성 논란은 이번에도 재연될 전망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배당관련 세입을 올해보다 600억원 늘어난 3,800억원을 책정해 기업은행의 배당확대를 예고했다. 우리은행 역시 소수지분 매각과정에서 할증입찰한 우리사주조합 등에 대한 보상차원에서라도 고배당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 한쪽에서 배당성향이 50%에 달할 수도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마저 나온다.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의 외국인지분율은 각각 19.8%, 18.4%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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