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KT-KTF 합병 넘어야할 산 많다

이석채 사장 내달 조직개편등 쇄신안 발표 불구<br>합병비율 충족 어렵고 대규모 비용부담등 걸림돌<br>규제줄어 대외여건은 유리… 지주사 추진 가능성도


다음달 중순 KT 사령탑으로 취임할 이석채 사장이 업무 개시와 동시에 KTF와의 합병을 지체 없이 추진할지 통신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내달 14일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각각 등기임원과 대표이사 승인을 받은 직후 합병을 포함한 조직개편 등 쇄신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사장이 KTF와의 합병 등 큰 그림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바로 이사회를 소집, 양사의 합병결의를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 가장 큰 걸림돌은 합병비율이다. 지난 10월 합병 결의를 추진했던 KT는 당시 KTF와의 합병비율을 1대0.6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최근 양 사의 주가 차이가 좁혀져 당장 이 같은 합병비율을 충족하기 어렵게 됐다. 합병비율이 중요한 이유는 KTF의 기준주가가 높을 경우 KTF의 지분 10.4%를 가진 NTT도코모가 합병 뒤 1대주주로 부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말 KT와 KTF는 각각 4만원 초반과 3만원 전후 주가를 형성했다. 그러나 이후 KT 주가는 3만원 밑까지 밀렸고, 29일 종가가 3만7,800원대에 그치고 있다. 반면 KTF 주가는 이달 들어 9월말 수준을 회복, KT 주가의 80% 수준인 3만250원을 기록했다. 합병비율 산정을 위한 기준주가는 합병결의 직전일ㆍ일주일ㆍ한달 동안의 가중평균 주가와 합병결의 전날 주가 중 낮은 가격으로 정해진다. 이에 비춰 1월 이사회에서 합병결의를 하려면 현재 1대0.8 가량의 비율을 보이고 있는 양 사의 주가 중 KT 주가가 더 올라줘야 한다. 이와 관련, 증권가에서는 최근 KT의 주가상승을 예견하는 보고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 KT가 합병을 위한 주가 부양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돌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으로 투자축소와 실업사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 사장이 2조원 이상의 합병비용과 대량감원을 수반하는 양사의 합병을 서두를지도 미지수다. 일단 KTF 노동조합은 합병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KT 노조 역시 대규모 실직사태가 닥치게 되면 실력행사에 나설 게 분명하다. 이들 노조들의 강력한 반발이 불거져 사회문제화 된다면 그동안 잠복해 있던 ‘낙하산 인사’ 논란이 공론화되면서 취임 초기 이 사장의 입지를 뒤흔들 수도 있다. 다만 최근 공기업 구조조정이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고위 관료 출신의 이 사장 부임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합병 인가 등 규제리스크가 크게 줄어든 점 등은 조기 합병의 순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남곤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KT가 공기업은 아니지만 대외여건이 인원감축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사장이 양사 합병을 뛰어넘는 KT그룹의 근본적인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먼저 KT를 3~4개의 부문으로 나누는 CIC 형태로 만든 뒤 이중 하나인 유선부문을 KTF와 합치는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다. 1단계로 KT 조직을 대폭 수술한 뒤 2단계로 KTF 등 자회사들과의 합병을 추진하게 되면 그만큼 합병결의 시기는 늦춰질 수 밖에 없다는 것. KT 고위 관계자는 “이석채 사장이 부문별 사장 또는 지주회사 체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KTF와의 합병은 이 같은 변화와 맞물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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