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이 마련한 설 선물 세트가 중저가 실속 제품과 고가 제품으로 뚜렷하게 나뉘며 양극화 기조를 빚고 있다.
불황을 맞아 실속 선물세트가 인기를 끌면서 20만~30만원대 선물 비중은 크게 급감했지만1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 비중은 이전과 다름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
올해 백화점이 내놓은 설 선물 세트 가운데 최고가는 롯데백화점이 10세트 한정으로 선보인 ‘홍삼정 천(天)’으로, 판매가가 430만원에 달한다. 최고급 6년근 홍삼인 ‘천삼’을 농축, 무형문화재 채화칠장 김환경씨가 제작한 자개작품에 200g들이 두 병으로 선보인다. 롯데는 또 35㎝ 이상 참조기만 골라 국내산 천일염 및 해풍으로 건조시킨 ‘영광 법성포 수라굴비세트’를 10마리 당 300만원에 5세트 한정으로 출시했다. 이탈리아 와인 레디가피를 비롯해 솔라이아, 사시카이아, 구아도알타소 등 ‘슈퍼 투스칸’ 대표 와인 5개로 구성한 선물세트도 270만원에 나왔다.
현대백화점은 소비 불황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급‘현대 명품 한우’ 물량을 지난해보다 10%가량 늘렸다. 갈비 1.6㎏, 살치살 로스 800g, 등심 스테이크 800g 등 총 4.8㎏의 특등급 한우로 구성된 ‘현대 명품 프리미엄 특세트’를 올 설을 맞아 처음으로 1,000세트 한정 편성해 100만원에 판매한다. 안전관리인증기준(HACCP)을 통과한 화식한우로 구성한‘현대 화식한우 명품 매 세트’(65만원)는 지난 설보다 50% 늘린 150세트 가량 준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해발 340m의 지리산 산청 자락에서 사육한 유기농 한우를 3.6㎏ 세트당 70만원에 내놓았다. 최상품 참조기 가운데 길이 33㎝ 이상 골라 만든 ‘프리미엄 참굴비’는 10마리 한 두름 당 200만원에 50세트를 판매한다. 완도와 백령도 전복 중 300g을 넘는 제품을 선별한 ‘자연산 특대전복’은 2㎏ 한 상자에 80만원, 부켈라 까베르네 소비뇽 2008년산과 메를로 2006년산을 묶은 와인 선물세트는 103만원에 각각 출시했다.
이 같은 고가 선물세트는 내수 부진에 허덕였던 지난해에도 매진 사례를 빚는 등 ‘불황 무풍지대’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롯데의 경우 지난 추석 200만원에 달했던 ‘법성포 참굴비 황토염 황제굴비세트’가 20세트 모두 팔려나갔고, 65만원에 판매된 ‘친환경 명품 8도 한우세트’도 100세트 전량 매진됐다. 신세계에서는 지난 설 강원도, 제주도 등 4곳의 친환경 목장 한우로 구성한 ‘명품 목장 한우 세트’가 판매 일주일 만에 매진되는 기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실속 선물세트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등 중가 선물세트 시장이 무너진 반면 고가 선물의 경우 여전히 선전하며 ‘소비 양극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고가 선물을 선호하는 고객들은 지속적인 구매 패턴을 보여 이번 설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출시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