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목요일 아침에] 절대권력은 견제돼야 한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액튼 경의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는 명언이 새삼 입증됐다. 저축은행사태를 계기로 계속 터져 나오고 있는 금융감독원 비리가 그렇다. 부산저축은행 보해저축은행 등과 관련해 검찰이 벌이고 있는 수사상황을 보면 금감원은 말 그대로 복마전을 연상케 한다. 부산저축은행이 10년간 부동산 투기를 일삼으며 7조원대의 불법대출과 분식회계를 일삼아온 과정은 물론 영업 정지된 7개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도 터무니 없이 조작된 것 등은 금감원의 부패와 기능 부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방침을 일찌감치 정해놓고도 제때 조치를 하지 않아 대주주 핵심고객 등에 의한 대규모 사전 인출사태를 야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금감원 고위간부마저 부산저축은행에서 로비와 관련 뇌물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는 등 믿기 힘든 상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감독기관이 피감기관과 유착돼 비리를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여기에는 청와대가 일찌감치 저축은행 부실문제를 파악하고도 신속히 대응하지 못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제기되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범위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피감기관에 대한 낙하산 감사 근절, 공직자 재산등록 대상 범위 확대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나름대로 의미 있는 조치다. 견제없는 검사권 독점이 원인 하지만 근원적 문제에 대한 접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핵심은 바로 권력 독점을 깨는 일이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검사권이 금감원에 집중돼 있는 권력의 절대 독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은행 증권 보험 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해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출범한 금융감독원은 이들 기관에 대한 검사권은 물론 관련 정보마저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고도의 업무 전문성을 지닌 금감원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왔다.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금융권력기관으로 자리한 것이다. 당연히 부패가 싹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책의 실패인 것이다. 이처럼 터무니없는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금융감독 개혁은 독점구조를 반드시 일정부분 깨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능동적이면서 신속히 대응하고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업무 효율성 등을 위해 통합감독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금융기관의 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가 특정 업무영역을 넘어서 융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모든 권력을 절대 독점하는 시스템에서 저축은행사태와 같은 문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밖에 없다. 은행 보험 증권 등의 경우 관리운영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돼 있다는 평가지만 금감원 출신 낙하산 감사들이 대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비리와 부정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립성 지키되 절대권력 깨야 따라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한국은행에 대한 조사권 부여 문제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중인 새 한은법은 한은이 금융회사에 긴급 유동성을 제공할 경우 대출자 자격으로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권을 부여토록 하고 있다. 금감원의 독립성을 최대한 존중하되 통화정책과 거시 감독 효율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방향으로 한은 조사권 부여를 비롯 다양한 방안들이 세밀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혁신태스크포스는 그런 점에서 금감원 개혁에 대한 일부의 강한 저항에 굴하지 말고 권력독점 분산을 통해 적절한 견제가 가능한 금융감독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관련기관간 밥그릇 싸움이 아닌 금융시스템의 구조적 안정과 선진화를 실현하도록 하는 혁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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