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북한은 우리 민간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을 향해 고사총을 발포했고 우리 군도 K-6 기관총 40여발을 대응 사격했다. 지난 7일 연평도 인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이 우리 함정을 향해 사격까지 실시, 남북 함정 간에 사격전이 벌어진 지 사흘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민간단체들이 경기도 파주와 연천 등에서 속칭 삐라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띄운 것에 대한 항의의 성격이 일차적으로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대북 전단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사건으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개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북측은 최근 탈북단체들이 날리는 대북 전단의 양이 급증하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 정부에 살포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급기야는 북한군이 대북 전단 살포 장소를 원점 타격하겠다고 위협까지 했다. 이날 북한의 도발은 그간의 경고를 현실화한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향후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고 당국 간 남북 합의와 약속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그동안 북한이 예고했던 일인데도 우리 정부가 빌미를 준 것"이라면서 "정부는 삐라가 오히려 한반도 긴장을 조성시키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한 모두 추가적인 무력 충돌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4일 북한 최고위급 실세들의 방한 당시 10월 말~11월 초 개최하기로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 성사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고위급 접촉의 개최 시기와 의제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이번 대북 전단 포격은 한국 측에 당장 인명 손실은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향후 대북 전단 살포가 가져올 수도 있는 피해에 대한 공포심을 유발해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제한된 도발'의 성격이 강하다"고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고위급 접촉에서 기존 의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의제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남북이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