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개헌은 역사적 도전이자 목표" 야심 시동

■ 아베 3차 내각 출범

내년 9월 총재 재선 유력… 6년 장기집권 가능성 커

"아베노믹스 성공 큰과제"… 법인세 인하·추경 등 착수

방위상外 전 각료 재임명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4일 3차 내각을 발족시켰다. 지난 14일 총선거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압승을 이끌어내며 장기집권의 길을 연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물론 개헌을 통한 '전후체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형성된 평화헌법 체제) 탈피'라는 목표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소집된 일본 특별국회는 14일 총선거에서 아베 총리를 제97대 총리로 선출했다. 이로써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열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임에 성공하면 현 중의원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2018년까지 6년 장기집권을 노릴 수 있게 된다. 현재로서는 자민당 내에 이렇다 할 대항마도 없어 아베 총리의 총재 재선이 유력하다.

사실상 '1인 독주체제'를 연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와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 등 2차 내각에서 추진했던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선거를 통해 한층 강해진 정치적 기반을 내세워 정치인생의 최종 목표인 '전후체제 탈피'에도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일본 성장률 하락과 함께 주춤했던 아베노믹스는 3차 내각 출범과 동시에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선거를 통해 아베노믹스가 국민의 재신임을 얻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곧바로 "경제정책에 속도를 내겠다"며 재계에 대한 임금인상 요구와 법인세 인하, 경기부양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 논의에 착수했다. 원활한 정권운영과 정책집행을 위해 각료도 방위상을 제외하고는 전원을 재임명했다. 정치자금 기재 누락 문제로 유일하게 사임하는 에토 아키노리 방위상의 후임으로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때 방위청 장관을 지낸 나카타니 겐 중의원이 선임됐다. 아베의 3차 내각은 당장 27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추경예산을 확정하고 긴급경제대책을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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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내각에서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색깔도 한층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차 내각에서 헌법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자위권 행사 허용의 각의 결정을 성사시킨 아베 총리는 당장 내년 통일지방선거 직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제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선거기간에 이번 총선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심판이라는 점을 강조했던 아베 총리는 선거 승리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선거를 통해 집단자위권 행사 용인의 각의 결정에 대한 지지를 얻었다"며 "약속을 실현하는 것이 정권과 정당의 사명"이라고 안보정책 가속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2차 내각에서 군불만 지폈던 평화헌법 개정도 3차 내각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내년 자민당 총재 연임에 성공하고 2016년 여름에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서도 여당 의석 수 3분의2 이상을 확보하면 개헌 준비가 마무리된다고 내다봤다. 개헌은 중의원과 참의원 양원에서 의석 수 3분의2 이상이 찬성하면 발의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최근에도 "헌법 개정은 나의 큰 목표이자 신념"이라며 "국민적 이해와 지지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장기집권의 길을 연 아베 총리가 본격적으로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며 경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아베 총리가 이미 1차 내각 단명의 쓴맛을 본 만큼 우선 아베노믹스를 통한 디플레이션 탈출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 출범한 1차 내각에서 초반의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전후체제 탈피라는 우경화 색깔을 강하게 드러냈으나 불과 11개월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한편 2006년 9월 1차 내각, 2012년 12월 2차 내각에 이어 이날 3차 내각을 출범시킨 아베 총리는 2000년대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던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성공의 뒤를 밟고 있다. 전후 일본에서 3차 내각 출범에 성공한 총리는 역대 7명, 2000년대 이후로는 고이즈미 총리 이후 아베가 처음이다. 총리로서의 연속 재임기간으로도 아베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 이후 처음으로 5년 이상 장기집권을 노리게 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4월부터 2006년 9월까지 5년5개월 재임하며 2000년대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2차 내각 출범 후 2년간 재임한 아베 총리가 2018년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경우 고이즈미 총리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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