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새 경제팀의 근본적 경기 처방


지난해 초부터 일본에서는 아베노믹스라는 유례 없는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면서 세계 경제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제한 통화팽창과 대규모 재정지출, 그리고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이 장기 경제성장률 향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만성적인 불황에 허덕여 온 일본이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보다도 더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감행했으니 앞으로 2~3년 간 그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에서 발표된 중간평가 논문은 아베노믹스를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다. 공격적인 금융·재정정책으로 2013년 일본경제성장률은 0.9%~1.7%포인트 높아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6%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정도 효과만으로는 국내총생산의 5%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경제의 만성적인 수요 부족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더불어 정책 목표의 핵심인 디플레이션(물가하락) 탈출을 위한 물가상승률 2% 유지도 가능할지 여전히 의문이다.


40조 규모 경기부양책 진통제 수준

우리나라도 제2기 경제내각이 출범하면서 마침내 경기부양의 칼을 빼 들었다. 가뜩이나 소비가 부진한데 세월호 참사 등으로 식어버린 경기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다. 40조원이 넘는 재정을 풀어 가계소득을 늘리고 조세정책을 통해 기업소득이 가계소득으로 흐르도록 유도한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좀 더 참신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경기부양책은 강도 차이만 있을 뿐 진통제 수준의 처방이라는 점은 마찬가지다. 구조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으면 진통 효과가 떨어지면서 다시 통증이 찾아온다. 경기부양은 짧은 시간 동안 경기를 자극해 가계나 기업의 경제심리를 안정시키면서 장기적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경제부양책의 부작용은 이를 만병통치약으로 착각하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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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책은 경제주체의 기대심리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돈을 풀어 소득을 늘려 주더라도 미래 소득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계가 소비보다 저축에 힘쓰면 정책효과가 사라진다. 세제 지원을 통해 임금이 늘어나도 근로자가 미래에 닥쳐올 세금 인상을 걱정하면 역시 소비 증대에 도움이 안 된다. 아베노믹스의 경우도 경제심리 안정에 초점을 맞춰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굳어져 버린 디플레이션 심리를 바꾸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경기부양책 이후다. 경제활동이 정상궤도에 올라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고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구조개혁이라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중산층 감소로 시작된 가계자산과 부채의 이상 신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지돼왔다. 외환위기 이후 갑자기 비대해진 영세 자영업과 노동시장에 양산된 비정규직은 가계 소득 향상을 가로막아왔다. 부동산이 호황이던 시절에 주택담보대출 급증까지 겹치면서 가계부채는 현재 국내총생산의 85%를 넘어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등 대수술 필요

우리 제조업은 개방과 경쟁을 통해 혁신적인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 생산성을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대조적으로 서비스산업은 규제와 보호의 그늘에 가려 혁신기업이 자리 잡을 공간이 한참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금융·보험이나 전문직 등 고소득이 보장되는 직종을 제외하고는 정규직의 소득 수준이 낮고 그마저도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채워지고 있다. 서비스산업과 노동시장은 이해관계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어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의 수출 산업화로 신화를 써온 나라다. 하지만 내수산업이나 비제조업의 생산성 향상 또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무기력하다.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고 사안이 어렵고 복잡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경기부양은 밝은 빛을 잃고 다시 어둠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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