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영화 "우리학교", 그속에 재일동포 현실·아픔이…

평범한 모습의 조총련계 고교<br>김명준 감독 학생들과 3년간 생활<br>日우익단체 협박·폭력속에서도<br>꿋꿋하게 삶 지켜가는 일상 그려<br>


극영화에서 이야기의 힘을 느낄 수 있다면 다큐멘터리에서는 진실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이미 보았던 장면이라도 진실을 추구하는 카메라의 눈으로 새롭게 들여다보면 숨겨진 그들의 진심이 읽힌다. ‘우리학교’는 이런 다큐멘터리의 힘을 실로 오랜 만에 한껏 느낄 수 있는,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다. 작품의 소재는 일본 내에 있는 한 조총련계 고등학교의 일상. 이미 뉴스 등에서 많이 봐 왔고, 또 ‘박치기’, ‘GO’ 등 일본 영화 등을 통해서 접해온 것이 조총련계 고등학교 광경이지만 이들과 하나가 돼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내려는 감독의 노력으로 인해 전혀 새 느낌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영화의 연출을 맡은 김명준 감독이 홋카이도 지방의 조선초중고급학교에서 이들과 함께 3년 동안 함께 숙식을 하면서 촬영했다. 해방 직후 재일 동포들이 주축이 돼 세운 조선학교는 현재 일본 전역에 80여 개 정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영화가 촬영된 이 학교는 홋카이도 지역에 있는 유일한 조선학교. 감독은 이 곳에 속한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을 담담히 찍어간다. 수업을 하고, 축제를 하고, 운동회를 하고, 수학여행을 가는 평범한 모습들. 천진난만한 영화 속 아이들의 모습은 여느 평범한 10대들과 다를 바 없고, 아이들을 지극히 아끼는 선생님들의 모습도 여느 교사들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들의 이런 평범한 모습에 재일동포로서의 자각, 분단의 아픔, 그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 등이 중첩되면서 이들의 평범함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감독은 이들의 삶에 깊숙이 들어가 낯선 곳에 외따로 떨어진 이 학교의 일상과 이들의 심정을 속속들이 보여주면서 관객이 재일동포의 현실과 분단의 아픔에 대해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배려한다. 한편 영화 속 비춰지는 재일동포의 현실은 자못 비극적이다. 일본인들의 차별 속에 점점 더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인으로 귀화하는 현실, 북일 갈등으로 점점 더 노골적이 되가는 제도적 차별 등 이들의 가슴 아픈 현실의 이야기들이 영화 속에 담겨있다. 특히 일본 우익단체들의 끊임없는 협박과 물리적 폭력 속에서도 이들이 꿋꿋이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지켜가는 모습은 한편의 휴먼드라마처럼 감동적이다. 연출을 맡은 김명준 감독의 고군분투가 놀라운 작품. 3년 동안 만들어진 이 영화의 제작비는 단돈 7,000만원에 불과하다. 열악한 제작비 때문에 김명준 감독과 몇 명의 스태프들이 촬영, 편집, 구성, 대본 등 영화의 전부분을 직접 처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김명준 감독은 영화제작자의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직접 학교의 일원으로 그들과 하나가 되서 이 어려운 촬영을 완수했다. 영화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촬영을 이어나가게 한 원동력이 된 감독의 ‘우리학교’ 구성원들에 대한 사랑과 진심이 읽힌다. 하이퍼텍 나다와 중앙시네마 등 서울 7개, 전국 13개 상영관서 이달 2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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