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인 가즈프롬이 우크라이나에 또 다시 천연가스 공급량을 감축키로 했다. 이 조치는 디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선자의 대서방 강경외교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4일 AFP통신에 따르면 가즈프롬은 3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가 6억달러의 부채를 미상환했다는 이유로 천연가스 공급량을 25%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 나프토가즈의 한 관계자는 “가즈프롬 측이 공급량 감소폭을 35%까지 늘리겠다며 압박했다”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당국은 가즈프롬에 가스공급을 줄인 것은 “순전히 돈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측통들은 이번 결정이 메드베데프 당선자도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력에 대해 푸틴식 강경외교를 유지하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또 메드베데프 현 제1부총리가 70.2%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차기 러시아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지 불과 몇시간만에 나온 결정이어서 이 같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가스 공급 문제를 둘러싼 양국간의 악감정이 메드베데프 부총리의 당선으로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욱이 메드베데프 부총리는 가즈프롬 회장을 지낸바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가 오렌지혁명을 통해 친러시아 성향의 대선후보를 밀어내고 정권을 잡은 이후 수차례 가스자원 제재를 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해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우크라이나가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추진하는 등 유럽연합(EU)과 우호관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러시아에 눈엣가시가 된 것.
우크라이나 가스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체 가스수요의 25%를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산으로 충당하는 유럽은 당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블라디미르 리즈코프 전 무소속 하원의원은 “메드베데프가 푸틴 대통령보다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알려졌지만 러시아와 서방정부간에 해빙무드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