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으로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각 정당에서 유명 여성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들 여성 주자들은 ‘감초’ 역할을 넘어 남성 주자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오는 12월 대선에서는 어느 때보다 여성 정치인의 약진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누가 뛰나= 가장 선두에 선 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전체 여론조사에서 2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를 지키고 있어 우리 정치사에서 대권에 가장 근접한 여성으로 꼽힌다. 박 전 대표 스스로도 “정권도 바꿔야 하지만 대통령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꿔야 한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한명숙 전 총리와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여성 국무총리를 지낸 뒤 최근 당으로 복귀해 대권 행보를 시사하고 있다. 활발한 재야 운동 경력으로 여성계의 지지를 이끌어낼 적임자로 꼽힌다. 강 전 장관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정치와 거리를 두고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학규-정동영’에 이어 여권 내 상위권에 오를 정도로 대선 흥행 카드로 꼽힌다. 추미애 전 의원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한 측근은 “4월 민주당 전당대회 후 외부 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법조인 출신인 추 전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신망이 두텁고 노무현 대통령이 선호해 통합형 대선후보 군에 속한다. ◇편견 넘어야= 이들 여성 정치인의 최대 강점으로 ‘부패 척결 가능성’이 꼽힌다. 박근혜 캠프의 곽영훈 정책특보는 “여성은 상대적으로 밀실 정치를 지양하는 편이어서 (집권할 경우)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부정 부패가 사라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여성 정치인의 대중성도 커지는 추세다. 박 전 대표는 한 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 자리를 지켰으며 강 전 장관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정치적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컨설팅 업체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후보의 문제라기 보다 우리 문화가 아직 여성 리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여서 결정적인 순간에 지지율에 한계가 오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 정치인들도 특정 분야 뿐 아니라 전체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