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큰 목표였는데 이루었는데 여전히 배가 고프네요.”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 배상문(25ㆍ우리투자증권)의 목소리는 전날 일본오픈 골프대회 격전을 치른 피로가 덜 풀린 듯 다소 잠겨 있었다. 우승 소감부터 묻자 그는 “어느 대회나 우승은 똑같다. 작은 대회라고 우승이 쉽지 않거나 기쁨이 덜한 것은 아니다”라고 무덤덤하게 답했다.
배상문은 16일 일본프로골프(JGTO) 최고 권위의 내셔널타이틀 대회인 제76회 일본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2008년과 2009년 한국프로골프 상금왕에 올랐던 배상문은 이번 시즌 JGTO 3승을 수확하면서 상금왕 등극이 유력한 상황이다.
일본 최고 권위의 대회를 제패하고도 의외로 무덤덤한 이유는 그의 시선이 이미 더 큰 목표를 향해 맞춰졌기 때문이다. 배상문은 “진짜 큰 목표였는데 막상 우승하니 더 큰 무대에 대한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일본오픈 최종 라운드는 연장까지 갈 정도로 긴박했다. 그는 “우승은 행운도 따라줘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며“마지막까지 연장전에 갈 줄 몰랐다”고 말했다. 3타 차 공동 4위로 출발한 배상문은 선두권 선수들이 침체한 사이 14번홀(파5)에서 5번 페어웨이우드로 친 두번째 샷을 홀 1.2m에 붙여 이글을 잡아내며 선두로 올라섰다. 15번홀(파3) 보기로 쿠보야 겐이치(일본)와 공동 선두로 18번홀(파4)을 맞았다. “드라이버 샷이 왼쪽 러프로 간 데다 나무가 가려져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나무 오른쪽으로 쳐서 왼쪽으로 휘어지는 샷을 시도해 그린 앞까지 도달했습니다. 2단 그린의 위쪽에 핀이 꽂혀 있어 쉽지 않았는데 52도 웨지 샷이 ‘OK 거리’에 붙어 파 세이브를 했지만 겐이치는 3m 정도의 평이한 오르막 버디 기회를 만들었지요.”
이번주 브리지스톤오픈부터 11월20일 끝나는 던롭 토너먼트까지 JGTO 4개 대회에 출전할 예정인 배상문은 상금왕 타이틀을 굳힌 뒤 오는 12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Q)스쿨에 도전한다.
배상문은 “한국보다 선수층도 두텁고 코스도 어려운 일본에서 경험하면서 퍼트와 그린 주변 플레이 등의기량이 좋아졌다”면서도 “하지만 어릴 때부터 최종 목표는 세계 무대였기 때문에 일본 투어에 안주하게 되는 것을 늘 경계하고 있다”고 말해 갈수록 커지는 도전 의지를 강조했다.
“Q스쿨은 두 번 경험이 있기 때문에 6일 동안 꾸준히 체력을 유지하면서 잘 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그는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골프장은 2008년에도 경기를 했던 곳이다. 쉽지는 않지만 일본 코스보다 어렵지 않고 컨디션도 올라오고 있는 만큼 자신 있게 도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