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재검토 필요한 경유택시 정책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프로필 사진


내년 도입을 앞두고 있는 경유택시 정책을 택시 운전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정부는 택시 연료 다원화를 위해 오는 2015년 9월부터 택시용으로 사용되는 경유에 ℓ당 345원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경유택시의 환경성을 두고 정부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와중에 정책 수혜 대상인 택시 운전자들마저 정책 철회를 외치며 반대 행동에 나섬에 따라 갈등과 대립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택시 운전자들이 경유택시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유차 배출가스로 인한 건강 피해 문제이다. 경유차량의 배기가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경유차 미세먼지가 각종 폐질환 및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시내주행이 많은 택시에 경유를 연료로 사용할 경우 택시 근로자는 물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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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경유택시 환경영향 연구용역 결과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부가 자동차부품연구원에 의뢰해 진행한 실증 실험에 따르면 경유택시는 기존 LPG택시보다 질소산화물을 최대 30배 많이 배출한다. 전체 오염물질로 인한 환경비용도 최대 26만원가량 높다. 도심에서 하루 종일 운행되는 택시의 주행 특성을 감안할 때 경유택시 도입이 대기질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유택시를 찬성하는 측에서는 경유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은 옛말이 됐고 기술 발달로 '친환경차'가 됐다고 주장한다. 선진국인 유럽에서 경유차가 주로 사용되는 것을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반대다. 최근 디젤차 종주국인 유럽은 경유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판매량이 떨어지는 등 오히려 탈(脫)디젤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런던의 명물 '블랙캡' 택시가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자 2018년부터 디젤택시를 없애겠다고 발표했으며 런던에 진입하는 디젤차 운전자에게 대기오염 방지를 위한 환경세도 추가로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가 택시용 경유에 보조금까지 줘가며 디젤차 밀어주기를 하는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경유택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택시업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도심 대기질 악화와 국민 건강권 침해와도 직결되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관계부처 간 엇박자도 모자라 수혜 대상층이 들고 일어나 반대하는 정책이라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경유택시의 부작용을 면밀히 따지고 보완책을 강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경유택시 도입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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