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6월 25일] "국세청 권력기관 아니다"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는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세정기관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연한 얘기다. 국세청은 말 그대로 세금을 걷는 곳이지 세도를 부리는 곳이 아니다. 그는 또 “국세행정은 공평하고 투명해야 하며 개인의 재산이나 소득과 관련되기 때문에 그만큼 도덕성이나 청렴성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국세 공무원은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사는 만큼 고객인 납세자를 누구보다도 떠받들어야 한다.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 씻어내고
그러나 현실은 이 지극히 당연한 것과 거리가 멀다. 지금까지의 국세청은 세금징수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 집권세력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특수한 연계성을 가지며 핵심 권력기관의 하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집권층은 국세청을 동원해 야당을 탄압하고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정치자금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심지어 언론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동원되기도 했다. 겉으로는 세금을 걷는 행정부서일 뿐이라지만 정치적 이해나 권력의 의도에 따라 고무줄처럼 세무조사를 이용한다는 시선을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외부세력만이 국세청을 이용한 것이 아니다. 국세청 직원들 역시 징세기관이라는 특수한 직위를 이용해 권력층에 줄을 대기 위해 정치자금모금에 스스로 앞장섰는가 하면 개인비리로 옥살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국민의정부ㆍ참여정부에서 청장을 지냈던 6명 가운데 3명이 사법처리되고 2명은 중도하차했다. 특히 백 내정자에 앞서 임명된 3명은 모두 뇌물수수와 인사를 미끼로 한 상납 등의 비리로 불명예퇴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쓰고 백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이런 국세청의 오욕의 역사를 씻고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 놓으라는 뜻일 게다. 백 내정자가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세청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면 내부개혁과 함께 외부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국세청은 다른 조직에 비해 간부 비율이 적고 인사 기준도 뚜렷하지 않아 승진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다 보니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학연ㆍ지연ㆍ혈연 등 ‘빽’을 동원하고 인사철이 되면 투서가 난무한다. 조직안정을 위해 반드시 해결돼야 할 과제다. 불합리한 세제를 고쳐 세금이 권력수단에 악용되는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일도 급선무다. 국세청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수수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 세법조항이 너무 많고 까다로운데다 기업을 비롯한 납세자가 세무조사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고착해 있기 때문이다. 세법만 보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국세청의 비리를 감시하기 위해 미국과 캐나다 등처럼 ‘감독위원회’를 도입하고 국세청장 임기제, 고위 국세공무원의 외압요구에 대한 신고의무 및 위반시 형사처벌규정 등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 對국민봉사기관으로 거듭 나길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세청을 권력의 시녀로 악용하지 않겠다는 집권층의 강한 의지다. 국세청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면 현 정권은 편할지 모르지만 결국 그것은 비극의 씨앗이 돼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박연차 게이트’에서 이런 불행을 절감했다.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하는 것이다. 국회가 국세기본법 등에 이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기대를 걸어본다. 국세청은 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위기로 세입이 줄어 국채를 발행하고 재정적자가 쌓여가고 있다. 국세청은 세법에 따라 공정하게 세금을 걷고 탈세를 방지하는 데 진력해야 한다. 새 청장을 맞을 때마다 세정쇄신을 강조했던 국세청이 이번에는 진정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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