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월드컵이 끝났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후회도 됩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주장 박지성은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종료 휘슬이 울리자 고개를 떨궜다. 굵은 빗줄기에 맞아 흠뻑 젖은 그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방울을 손으로 닦아 내렸다. 터벅터벅 걸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오는 그에게 선배 이정수가 어깨를 두드리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박지성은 대표팀 주장 완장을 반납한다. 지난 2008년 10월 김남일에게서 주장을 넘겨 받은 지 1년8개월 만이다. 박지성은 이전의 홍명보ㆍ이운재ㆍ김남일 등 카리스마 넘치는 역대 주장들과 확실히 달랐다. 그는 후배들의 말을 열심히 듣고 늘 솔선수범했다. 맨유에서 그랬듯 대표팀 훈련장에도 어느덧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박지성이 신바람을 일으킨 축구대표팀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경기장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며 위업을 달성한 박지성은 축하 파티를 훗날로 미뤘다. 그는 자신을 키웠던 명장 거스 히딩크의 말처럼 "16강에 만족하지 않는다"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동료들을 다독였다.
그는 우루과이전에서도 10.852㎞를 뛰면서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재연을 노렸으나 아쉽게도 남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주장의 소임을 마친 그는 선수들에게 먼저 고마움을 표시했다. "주장으로서 던진 나의 말에 선수들 모두가 수긍해준 것이 고맙다."
이제 그가 대표팀에 머무를 시간은 길지 않다. 지난해 6월 은퇴시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2011년 아시안컵 무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33세인 김남일이나 이영표의 경우로 비춰볼 때 29세의 그는 오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수도 있다. 그는"대표팀은 올스타팀이 아니다. 실력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대답만 했다. 그리고 "아시안컵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꺼냈다.